한국 연구진이 당뇨병 합병증의 새로운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김효수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팀은 혈관세포들 사이에 신호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혈관이 가늘어지고 당뇨합병증이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당뇨병 환자들은 합병증을 가장 두려워한다. 신장·심장·망막·하지 등 신체 주요 장기에 혈관 합병증이 잘 생기고, 만성콩팥병·협심증·심근경색증·실명·하지허혈증이 발생한다. 치료도 어렵고 재발이 잦다. 현재로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혈당 조절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아직도 당뇨병 환자의 혈관병이 왜 발생하고 악화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당뇨병이 개별 혈관세포 내에서 일으키는 변화에만 집중해 왔다. 결론도 개별 혈관세포들이 사멸하는 것이 당뇨 혈관병의 주된 원인이라고 여겨져 왔다.
보건복지부 지정 선도형-세포치료연구사업단 연구팀(단장 김효수 교수, 윤창환 교수, 최영은 박사)은 당뇨병이 있는 쥐에서 혈관합병증이 발생하지만 혈관세포에서 세포 사멸은 두드러지지 않은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개별혈관세포의 문제보다는 혈관세포들 사이의 신호전달체계가 교란되면서 혈관의 안정상태가 무너진 것에 주목했다. 그 결과 혈관이 위축되고 소멸되어 당뇨병 혈관합병증이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였다.
연구팀이 발견한 핵심 발병원인은 당뇨병이 발생하면 ‘재기드-원 (Jagged1)’ 분자의 발현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혈관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재기드-원은 주변 혈관세포의 표면에 있는 노취 (Notch) 분자와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혈관이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당뇨병으로 인해서 재기드-원 분자의 발현량이 증가하여 혈관세포의 노취 분자 기능이 억제되어 혈관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혈관세포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혈관세포들간 결합이 약해지고 가늘어지면서 끊어지고 혈관 밀도가 감소해 가는데 이것이 당뇨혈관병의 핵심 발생 원인이라는 것이다. 재기드-원이 당뇨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힌 것인 이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렇게 늘어나는 재기드-원을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면, 당뇨병 혈관합병증을 정상화시킬 수 있음을 당뇨병 쥐 모델에서 증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또 당뇨망막병, 당뇨콩팥병, 당뇨심근병, 당뇨발 및 말초혈관질환을 병태 생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당뇨혈관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연구결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총 지휘한 김 교수는 “선도형-세포치료연구사업단에서 지난 5년간 당뇨병성 혈관이상을 연구해온 결실”이라며 윤 교수와 최 박사에게 공을 돌렸다. 윤 교수는 전임의 시절 세계적인 석학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테파니 디믈러 박사팀에서 2년간 연수하고 귀국해 사업단에 합류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마이크로로봇 시스템 개발 사업 (심근경색 중 만성완전폐색병변 치료용 마이크로로봇 시스템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당뇨혈관합병증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최 박사는 윤 교수와 호흡을 맞추며 국제 전문지에 잇달아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주에 사이언티픽 리포츠라는 세계적 권위 전문지에 “진료현장에서 사용되는 글립틴계열의 당뇨병 치료약제가 망막혈관 누수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 논문까지 발표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심장혈관 전문학술지인 ‘써큘레이션’ 온라인판에 지난 12일 게재됐다. 김 교수는 “사업단에서는 앞으로 당뇨병환자의 혈관이상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신치료법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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