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익법인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대신 의결권 제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차만 소유한 가구에 줬던 유류세 환급 제도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세 할인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복 세무조사’ 우려를 낳았던 지방자치단체 법인소득세 세무조사권은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될 전망이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말 발표할 2016년 세법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올해 세법개정도 지난해에 이어 ‘일자리 만들기’에 촛점이 맞춰진 가운데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이슈가 됐던 사안들은 ‘변화를 덜 주는’ 방향으로 정비된다.
우선 내국법인이 공익법인에 대해 출연할 때 발행주식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만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만 이뤄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속·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식출연한도를 10% 또는 20%로 높이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찬반 양론이 너무 뜨거워 더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에 결산 서류공시, 외부 회계감사 등을 위한 공익법인 표준 회계기준이 담긴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재계에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 주식출연한도를 30%까지 올려야한다는 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한도 상향을 하려면 출연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5%까지로 묶어두거나 공익법인이 보유재산 일정부분을 반드시 공익활동에 써야하는 의무를 둬야한다는 주장도 거셌다. 특히 야당에서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주식출연한도를 높이는 세법개정안을 낼 경우 결국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리하게 의결권 제한이나 의무지출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결국 공익법인 문제의 최종 결론은 국회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경차만 소유한 가구당 한 대에 한정해 제공하는 유류세 환급도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세청은 신한은행에서 발급하는 전용신용카드를 통해 휘발유·경유를 ℓ당 250원 할인받는 현행 경차 지원제도(연간 10만원 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 제도를 없애고 자동차세를 일괄 10만원 할인해주는 세제개선 건의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5월 기준 등록된 경차 168만대 가운데 환급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65만명이지만 실제 혜택을 받은 대상자는 13만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세인 자동차세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국세인 유류세 환급을 통해 지원하던 것을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논의 없이 지방세 감면으로 바꿔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 지자체에서 빠져나가는 세 감면분을 누가 보전해 줄지도 문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세로 제도를 전환하는 방안은 국세청이 행자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기재부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재부에서는 당초 올해 일몰이 예정됐던 경차 유류세 환급제도의 일몰연장 여부만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 ‘중복 세무조사’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지방세법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 개정이 추진된다.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법인 지방소득세 세율과 공제·감면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지방세법이 2014년부터 시행되자 재계에서는 ‘서류 제출 부담이 늘고 중복 세무조사로 인한 납세부담과 소송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문제제기를 했었다. 이에 정부는 작년 7월 새누리당 의원입법을 통해 세무조사권을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기재부와 행자부 논의 끝에 올해는 정부 입법으로 세무조사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시영 기자 / 최희석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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