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분야에서는 차의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뿐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유전자치료제의 상용화도 생명윤리를 극복하는 바로미터로 지켜봐 왔다.
지난 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유전자치료제로 품목 허가를 신청한 것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해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면서 연구 조건이 완화됐고 이에 따른 품목 허가 신청이 나오면서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품목은 퇴행성관절염치료제인 ‘인보사’이다. 유전자 치료제로는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신청한 사례이자 타인의 세포를 이용하는 동종세포 유전자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다. 유전자 치료제는 전달체를 이용해 치료 유전자를 인체에 전달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형태의 치료제이다.
인보사는 정상 연골세포와 형질 전환 연골세포를 3대 1의 비율로 혼합해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인보사는 수술적 치료를 동반하지 않고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로 약물을 투여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국내 임상 과정을 통해 통증 완화, 무릎 퇴행 억제, 연골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로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이런 유전자 치료제가 허가된 사례가 없었다.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엄정한 윤리적·사회적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에 관한 시행 지침 조차 세부적으로 마련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들어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정부 관련 부처의 관심과 지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유전자치료 연구의 허용기준과 치료대상을 확대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우리나라는 약사법뿐 아니라 생명윤리법으로도 유전자치료제 연구를 규제하고 있었다.
법개정으로 유전자를 교정하지 않고 전달만 할 경우 치료대상을 기존에는 암이나 에이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확대시켰다. 법개정이 이뤄지자 미국에서 먼저 출시하려던 코오롱생명과학도 국내 출시로 마음을 바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첨단바이오의약품 마중물 사업’과 대전지방청의 ‘의료제품 GMP 길라잡이 서비스’ 등의 실무 협의를 통해 품목허가 신청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도왔다. 인보사의 글로벌 임상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외 신라젠, 제넥신, 바이로메드 등 4개 업체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비싸지만 난치병이나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이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제의 세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억8000만달러였으나 2020년 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인보사는 기존 치료제가 제시하지 못하는 간편하고 통증 없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식약처의 최종 승인이 나게 되면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전자치료제의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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