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시안시 시내 곳곳에는 파란색 전기버스와 전기택시가 도로 위를 달리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립 또는 구립 주차장 한켠에는 파란색으로 칠한 전기차 충전소도 설치돼 있다. ‘친환경 블루(Blue)’로 이곳에서 불리는 파란색은 전기차를 상징한다.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장착한 버스나 택시가 초록색인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또 시내 큰 도로변 곳곳에 있는 전기충전소에서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 한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중국의 대표적 SNS인 위챗(WeChat)이나 신용카드를 꺼내서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시안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운행중인 1만대의 택시 가운데 전기차는 현재 500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정책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기버스는 고신개발구에서 50대가 운행되고 있다. 지금은 전체 버스의 2%에 불과하지만 신규 운행예정인 버스 가운데 30%를 전기버스로 충당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시안시내에서 만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관계자는 “시안시와 고신구개발구는 개발구역에 입주한 2000개의 기업중 신규 직원채용 실적과 세금납부액 등을 기초로 매년 80개의 우수모범기업을 선정하고 이중 15곳에 대해서는 BYD에서 만든 전기버스와 전기승용차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3년연속 우수모범기업으로 뽑혀 지금까지 2대의 전기버스와 한 대의 전기승용차를 받았다. 전기버스는 직원들을 기숙사에서 공장까지 실어나르는 통근버스용으로 쓰고 있고 전기승용차는 공장내 보안과 경비를 담당하는 패트롤용으로 활용된다. 삼성 역시 시안 반도체공장 내부에 버스용과 승용차용 자체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위 정치인들도 전기차 생산현장을 찾아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014년 BYD 시안공장를 방문해 “공해와 소음 등 중국 도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에너지 차량, 특히 신에너지 버스를 정부가 장려해야 한다”며 “관용차부터 전기차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최대 판매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요인으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국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 ▲중국기업들간의 무한경쟁 ▲국민들의 호응이라는 종합적인 팀플레이를 꼽는다.
이형직 코트라 광저우무역관 과장은 10일 매일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동차 후발주자인 BYD가 급부상하게된 3가지 배경으로 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지원, 넓은 내수시장, BYD 자체적인 혁신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정부의 지원책으로는 전기차 구입자에 대한 세금우대와 보조금 지급, 자동차 번호판 배정 우대, 충전소 확충,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구매 등이 꼽힌다.
전기차 구매시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도 매우 후한 편이다. BYD의 주력 생산 모델인 e6전기차 판매가격(풀옵션)이 37만위안(6401만원)에 달하는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차량 구입 때 정부가 10만5000위안(1816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차량 번호판을 받을 때 추가로 1만위안(17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는 6401만원짜리 e6전기차를 4421만원만 내고 소유하게 된다.
중국정부는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물류차량, 환경미화차량, 공항버스, 순찰차에도 전기차를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BYD는 타사에 비해 일찍부터 대중교통 시장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BYD는 광둥성 선전에 2010년 선전버스그룹과 공동으로 펑청뎬둥이라는 전기차 택시업체를 공동으로 설립해 전기택시 운행을 시작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전기차 전문가인 류슈안 중국 우한대 교수는 “중국에서의 전기차가 급속히 확대된 배경에는 차량 번호판 등의 제도에서 중국정부가 전기차를 특별 대우한 영향도 크다”고 소개했다. 즉, 휘발유나 경유를 원료로 쓰는 차량의 경우 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 번호판을 받는데 1년이나 2년 가량 기다려야 하는데 비해 전기차의 경우 구매와 동시에 번호판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로컬 전기차기업들은 치열한 내수시장 쟁탈전을 통해 급속히 경쟁력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현재 중국에는 BYD이외에도 전기차 메이커가 베이징자동차(BAIC), 광저우자동차(GAC), 상하이자동차(SAIC), Geely, 지리자동차, Zotye 등이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자동차는 올해 SUV를 포함해 3개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광저우자동차도 올 연말까지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 신모델 2개와 순수전기차 1개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상하이자동차와 지리자동차도 올해 안에 각각 4개와 1개의 전기차 신차종을 출시키로 했다. 중국내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1등 업체가 곧바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가 되는 셈이다. ‘경쟁력은 경쟁력을 통해서만 길러진다’는 자동차업계의 공식이 전기차에서도 증명되는 셈이다.
후발주자인 BYD가 중국의 선발 전기차 제조업체들을 추월한 중요한 배경에는 배터리 제조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배터리 개발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튼튼한 수직계열화를 이룬 요인이 꼽힌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기술인 만큼 본래 배터리 제조회사로 창업한 BYD는 자사의 핵심역량을 잘 활용해 전기차시장에서도 퀀텀점프를 한 셈이다. BYD는 배터리시장의 수요를 파악해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전략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BYD창업자인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미친 영향도 크다. 왕 회장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주위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2003년부터 전기차 연구개발에 회사의 사운을 걸고 올인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앞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자동차업체들의 차량 판매대수는 33만4000대로 전년(7만4000대)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4년후인 2020년에는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124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시안 =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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