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긴 기다림 끝에 아내(주노)가 남편(주피터)의 품에 안겼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목성 탐사선 ‘주노(Juno)’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목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숨죽이며 주노의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팀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스콧 볼든 NASA 주노미션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성공했다”며 “최고의 팀으로 NASA가 해낸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주노는 구름을 꿰뚫어보는 능력으로 남편 주피터가 바람 피우는 것을 감시한다. 주노는 이름을 빌려온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처럼 구름을 꿰뚫어보며 목성이 간직한 비밀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1년 8월 지구를 떠난 주노는 5년 동안 약 28억㎞를 비행해 목성에 접근했다. 주노는 4일 오후 11시 18분(한국시간 5일 오후 12시 18분)부터 목성 궤도 진입을 위한 감속 엔진 점화를 시작했다. 35분간에 걸친 초조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주노는 11시 53분(오후 12시 53분) 목성 궤도에 들어섰다. 목성이 잡아당기는 중력의 영향으로 가속도를 내던 주노는 목성 궤도 진입을 앞두고 엔진 점화를 통해 속도를 초속 542m까지 줄였다. 너무 빠른 속도로 목성에 접근할 경우 그대로 목성을 지나쳐 날아갈 수 있다. 5년간 11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들인 주노 미션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주노는 지난달 30일 이후로 자동비행모드로 날아가고 있다. 이미 과학자들의 손을 떠난 셈이다.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8억6400만㎞. 원격조종을 하기엔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에 자동조종의 도움을 받았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은 “지구에서 쏜 전파가 목성에 닿는데까지 48분 정도가 걸린다”며 “지구에서 1.3초면 전파가 도달하는 달도 탐사선 원격조종이 어려운데 목성은 대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지구에서 달의 정확한 지점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은 서울에서 던진 테니스공을 부산의 테니스 코트 안에 집어넣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주노의 경우 서울에서 테니스공을 던져 부산에 있는 바늘 위에 정확히 꽂은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도·항법·제어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목성 궤도 안착에 성공한 주노는 앞으로 20개월 간 목성을 37회 회전하면서 목성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10월 19일에는 주 엔진을 22분 간 연소해 공전주기를 바꿔 목성의 극지방도 관측한다. 주노는 목성 상공 5000㎞지점까지 비행하게 되는데 이는 역대 목성 탐사선 중 가장 근접한 거리에 해당한다. 주노는 목성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단단한 중심부가 있는지, 목성의 극지방이 태양계에서 가장 밝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관측하게 된다. 1989년 발사된 탐사선 갈리레오가 처음으로 목성 궤도를 돌면서 목성을 관측한 적이 있다. 하지만 두꺼운 대기층 밑을 탐사하기 위해 목성에 가깝게 다가간 갈릴레오는 지구와의 통신이 끊어졌다. 목성의 자기장 세기는 지구의 약 2만배이며 방사선의 세기도 강하다. 목성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주노는 목성의 강한 방사선을 이겨내기 위해 티타늄으로 만든 보호대를 장착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행성과학그룹장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자 가스행성인 목성의 생성과정을 이해한다면 외계 행성의 이해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성 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적반’이라고 불리는 크고 붉은 점이다. 대적반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관측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주노의 관찰로 대적반의 비밀이 풀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최 그룹장은 “행성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목성의 생성 과정은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는데 목성 핵의 구조 등을 분석하면 행성 탄생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문대, 허블 망원경 등으로 목성에 대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했다”며 “목성의 내부 구조, 자기장의 구성 등은 직접 목성에 가서 관측할 수밖에 없는데 주노를 통해 이것이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목성의 주요 대기 구성성분은 수소”라며 “아주 작은 비율이긴 하겠지만 암모니아, 탄소 등이 포함돼있는 것을 확인한다면 유기물질 분석을 통해 생명체 기원 분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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