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백화점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한섬이 각각 남성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일 매일경제가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남성정장·캐주얼, 여성정장·캐주얼 등 각 부문별 브랜드 순위를 조사한 결과 남성정장에서 갤럭시가, 남성캐주얼에서 빈폴이 1위를 차지하며 남성 의류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강세를 보였다.
여성 의류에서는 한섬의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여성정장 부문에서 한섬의 타임은 백화점 3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성 캐주얼 부문은 여러 브랜드가 혼전의 양상을 띄는 가운데 시스템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역시 한섬의 저력을 보여줬다. 여성 의류의 경우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강세를 보였는데, 대표적인 브랜드가 롯데백화점 여성 캐주얼 중 1위를 차지한 보브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한섬은 디자인과 소재 등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한 덕분에 백화점에서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기업만이 가능한 세일·시즌오프 기간의 물량공세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요 수단이다. 현대백화점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 백화점 관계자는 “타임은 경쟁 브랜드이긴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품질향상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또한 대기업 계열의 의류업체의 경우 세일기간이나 시즌오프기간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할 수 있어 하루만에 몇억원씩 매출을 올리는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브랜드는 올해만 반짝 1위를 차지한 것이 아니다. 갤럭시, 빈폴, 타임, 시스템은 지난해 상반기의 실적과 비교해도 모두 1위 또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실험적인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불황이 깊을수록 1위 브랜드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1등과 2등의 격차는 최근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나 샀으니 다른 브랜드를 사볼까’ 하는 마음보다는 평소 찾던 것만 집중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형 정장에서는 소비의 양극화현상도 나타났다. 빨질레리도 대표되는 고가·고급 정장의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젊은 층에서 즐겨입는 엠비오, 지이크, 커스텀멜로우, 지오지아 등 중·저가 정장 역시 강세를 보였다. 일반 정장에 비해서 높은 가격으로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고 판단됐던 빨질레리는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에서 단숨에 2위 정장 브랜드로 뛰어올랐으며, 다른 백화점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이탈리아 명품 정장 브랜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고급 정장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갔다”며 “옷의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은 명품 브랜드보다는 합리적인 빨질레리 같은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엠비오와 지이크 등 젊은 층을 타겟팅한 중·저가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 것은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런 성향은 남성 정장 뿐만 아니라 여성 캐주얼에서도 반영됐는데 SJSJ와 럭키슈에뜨 등 특유의 개성이 반영된 브랜드가 각 백화점에서 한두단계씩 성장하며 상위권에 위치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기본 아이템이 SPA의 제품으로 대체되곤 있지만 개성이 뚜렷한 제품은 SPA가 대체하기 어렵다”며 “남성의 지오지아나 여성의 SJSJ 같은 브랜드는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에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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