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 관리를 대폭 강화하지만 경유값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루전인 지난 2일 당정협의에서 여당이 공식적으로 경유값 인상과 생선 등 직화구이집 규제 방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논란거리만 잔뜩 남긴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현재의 유럽 주요 도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기로 했다. .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경유차 리콜명령에 강제력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는 폭스바겐 등 경유차 소유주가 바쁘다는 핑계로 AS센터에 가지 않는 등 리콜명령을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정부는 리콜명령을 거부한 경유차에 대해서는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이 경우 해당 차량은 운행정지 명령을 받거나 번호판이 영치되는 만큼 소유주는 반드시 리콜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또한 보증기간이 만료된 경유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마련해, 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2006년 이전 생산된 노후 경유차는 중점 관리된다. 당장 대안이 없는 9t 이상 대형 경유차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 동시 저감장치 구입 비용 1500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형 경유차는 최대 700만원의 보조금 지급으로 조기 폐차를 유도해 시장에서 이른 시일내 퇴출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2019년까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정부는 2020년까지 신차의 30%에 달하는 150만대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와 기반시설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공동주택 주자창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2018년까지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다.
전기·수소차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전용 번호판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노후 경유화물차를 전기·수소차로 대체할 경우 사실상 총량제로 묶여있는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의 예외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전략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가동을 단계적으로 멈추기로 했다. 일부는 아예 없애고 일부는 석탄발전 대신 LNG발전소로 새로 건설한다. 또 일부는 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바꿔 운영할 계획이다.
건설한지 30년이상 돼 노후화된 발전소는 삼천포 1·2호기(경남 고성), 영동 1·2호기(강원 강릉), 보령 1·2호기(충남), 서천 1·2호기(충남), 호남화력 1·2호기(전남 여수), 여수 2호기(전남) 등 11기다. 이 중 호남 1·2호기와 영동 1호기는 건설된 지 40년이 지났다. 이들 발전소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발전소에 대해서는 설비를 교체해 대대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리트로피팅(retrofitting)을 추진한다. 20년 이상된 발전소는 성능개선 계획을 마련한 후 탈황, 탈질설비를 보강하고 부품을 교체한다. 20년미만 발전소에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먼지 등을 저감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소 미세먼지 대책에 총 2조 5000억~3조원의 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며 “장기간에 걸쳐서 원가에 산정되기 때문에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장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사업장의 경우 대기오염총량제 대상 사업장을 확대하고 배출총량 할당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며 수도권외 지역은 국내외 실태조사를 거쳐 미세먼지 다량대출 사업장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산먼지(날림먼지) 등 생활주변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방안도 강화된다. 2020년까지 도로먼지 청소차 476대를 보급하고, 비산먼지 주범인 건설공사장 현장 관리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내년까지 폐기물 불법소각 등이 요인이 되는 생물성연소 실태도 조사해 내년까지 저감대책을 마련한다. 논란이 됐던 직화구이 음식점에 대해서는 서민 불만을 염려해 규제강화보다는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유화책을 꺼내들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총 510개소의 저감시설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엉터리 예보 논란을 일으킨 미세먼지 예·경보체계도 손본다. 정부는 기존 152개소인 초미세먼지(PM-2.5) 측정망을 2018년 276개소로 늘리고 2020년까지 한국형 예보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동형 사물인터넷(IoT) 기반 미세먼지 측정기술 등 배출원인별 측정방법을 개발하고, 발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적극 추진한다.
중국발(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제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베이징 등 35개 도시와 진행 중인 대기질 측정자료에 대한 도시간 공유사업을 74개 도시로 늘리고, 한·중 공동 미세먼지 실증사업을 확대한다.
미세먼지와 함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신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도로상황과 교통량에 따라 신호주기를 조정하고 교통흐름을 개선하도록 하는 지능형 신호 시스템을 설치하고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스마트 도시 건설 사업을 확대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대해 ‘기존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재탕·삼탕 수준의 정책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당수 내용들은 대부분 지난해 나온 제2차 수도권대기환경 개선계획에 포함돼 시행돼온 것들이다.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여론 반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대기오염이 심각할 경우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수도권 내 ‘환경지역’(Low Emission Zone·LEZ)을 설치하고 차량부제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LEZ 도입범위나 대상 차량을 놓고 서울과 인천·경기 등 지자체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부제가 2부제일지, 3부제일지 모르지만 시민들부터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전국이 아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차량부제나 LEZ를 실시할 경우 수도권 내 경유차량 보유자들로부터 ‘왜 우리만’이라는 강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논란이 됐던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명확한 결론없이 ‘검토 과제’라는 이름으로 뒤로 미뤄져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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