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센 공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삼성과 LG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미래 기술을 보유한 일본 벤처기업에 대한 공동 투자를 통해 기술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일 일본 벤처기업인 큐럭스(Kyulux)에 15억엔(약 16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고 큐럭스측이 밝혔다. 전체 투자를 주도한 곳은 삼성그룹 내 벤처투자 전문회사인 삼성벤처투자다. 삼성과 LG 외에도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와 JOLED 등도 투자를 함께 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삼성과 LG는 각각 30~4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럭스는 일본 큐슈대학 연구진 등이 지난 7년간 개발한 OLED 관련 특허 50여개를 이관받아 지난해 3월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큐럭스의 차세대 OLED 기술은 기존 제조방식보다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OLED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아 자유롭게 휘거나 접거나, 심지어 돌돌 말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장점이 많은 OLED이지만 그동안 비싼 단가와 낮은 효율성 때문에 사용 확산이 더뎠다.
LG와 삼성이 공동투자한 큐럭스는 차세대 OLED 기술로 불리는 ‘열활성화지연형광(TADF)’의 주요 특허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이 기술은 OLED 색상을 내는데 꼭 필요한 희소금속인 이리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전력소모도 대폭 줄인 것이 장점이다. 재료원가를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는 것이 큐럭스 측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큐럭스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OLED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투자금액은 크지 않지만 큐럭스 기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이 독주하던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최근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투자로 한-중 양강 체제로 바뀌고 있다.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는 이미 중국 업체가 삼성을 제치고 LG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OLED다. 시장규모도 향후 5년 내에 현재의 2배 수준인 30조원에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OLED 기술을 활용해 삼성전자는 TV용 OLED 시장에, LG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 중소형 OLED는 삼성이, TV용은 LG가 각각 9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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