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감염된 균은?
정답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이다. 줄여서 헬리코박터균이다.
국민중 약 55%가 감염돼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모양이 헬리콥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로 위장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증식속도가 느리지만 움직임이 빨라 염증을 일으켜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염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 것은 27년전인 1983년. 호주 병리학 의사였던 로빈 워런과 그의 조수 베리 마셜은 위조직 검사를 할 때마다 항상 위 벽에서 발견되는 균이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 헬리코박터균은 이들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줬지만 이제 ‘인류의 공적’이 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이제 ‘헬리코박터’라는 이름만 붙어도 유산균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보통 명사가 돼버렸다. 그러나 건강검진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헬리코박터 제균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김재준 회장(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장), 이용찬 부회장(세브란스병원 교수), 김상균 재무이사(서울대병원 교수), 신운건 부총무(강동성심병원 교수), 심기남 홍보이사(이대목동병원 교수) 등을 만나 헬리코박터균 제균, 감염경로 및 유산균 음료 효과, 내시경소독 등에 대해 들어봤다.
-헬리코박터균 제균과 위암발병의 연관성은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는 한때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 정체상태다.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은 관련이 있다고 역학적으로 증명됐지만 어떻게 일으키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해도 위암이 없어지지 않는다. 현재로선 헬리코박터 제균이 꼭 필요하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그러나 십이지장궤양, 위궤양, 위림프종이 있거나 초기 위암의 내시경치료(ESD)이후에는 제균을 해라. 제균을 하면 십이지장궤양이 없고 위궤양 역시 재발률이 급감한다. 위림프종은 제균하면 치료효과가 훨씬 좋다.
-다른 나라는 헬리코박터 제균에 대한 입장은
△우리나라처럼 위암발병률이 높은 일본은 국가에서 돈을 대주며 ‘감염자는 무조건 제균하라’고 한다. 유럽 국가들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자가 많지 않고 감염이 흔하지 않아 국가에서 제균을 해주고 있다. 한국은 십이지장궤양, 위궤양, 위림프종 등이 있을 경우 제균처방을 내리고 있다. 일본이 위암 발생전에 헬리코박터 제균을 권장하는 정책이라면, 한국은 헬리코박터 제균보다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을 조기발견해 치료하라는 입장이다.
-최근 내시경소독과 세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시경소독은 손으로 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기계로 바뀌었다. 지침은 아니지만 손소독이든 기계소독이든 깨끗이 소독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 소독 수가(진료행위에 대해 정부가 인정해 지급)가 전혀 없고 위내시경 환자들이 몰려올 때는 현실적으로 깨끗히 소독이 안될 수도 있다. 소독이 제대로 안되면 위도 감염성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외국에서는 위내시경 소독이 안되어 생명이 위험에 빠진 케이스도 있었다. 위내시경 소독은 소독 자체가 10분이 걸리지만 소독전후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20~30분 걸린다. 환자가 계속 오면 “소독중이니 기다리세요”라고 할 수없지 않은가. 위내시경기계는 1대에 약 1000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병의원이 위내시경기계를 구입하는 것보다 소독기계를 사서 내시경 1대를 소독해서 여러번 사용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위내시경 소독에 대한 수가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소독 수가가 내시경비용(약 3만 4000원)에 포함돼 있어 소독수가를 인정해주지 않다가 최근 논란이 되자 약 1200원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소독비용이 평균 6600원이나 든다며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위내시경비용이 약 80~90만원에 달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엄마가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면 감염되나
△옮기지 않는다. 라면을 같이 먹어도 감염되지 않는다. 헬리코박터균은 사람을 통해 감염되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감염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헬리코박터균 제균은 성공률과 재발은
△헬리코박터 제균제는 항생제로 1차 성공률이 80%를 밑돈다. 감염자의 10~20%에서 재발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재감염이 다른 사람에게서 전염된 것인지, 그 사람에게 남아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없다. 항생제는 2~3가지 약제로 병행 치료한다. 항생제 하나만으로는 제균이 50%이하로 떨어진다. 옛날에는 항생제 하나만 써도 약효과가 좋았지만 지금은 내성이 생겨 세계적으로 재균성공률이 80%이하로 떨어져 있다. 무슨 항생제를 쓰든 헬리코박터균은 내성이 잘 생기기 때문에 1차 치료땐 좋은 항생제를 써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유산균)를 마시면 헬리코박터균이 없어지나
△헬리코박터균 치료제를 복용할때 유산균 섭취를 병행할때 제균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효과가 있다면 학회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지 않고도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할 수있다면 엄청난 낭비를 절감할 수있을 것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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