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대학생이 된 천 모씨(20)는 지난달초 노트북컴퓨터를 장만했다. 새 학기를 맞아 여러 업체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산다면 지금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가 지난해말 같은 노트북을 5만원이나 싸게 샀다는 얘기를 들었다. 천 씨는 “구입할 때 딱히 쓸 데가 없어 보이는 사은품을 많이 받았는데 그 가격을 치른 것이 아닌가 싶다”며 오히려 신학기 할인 마케팅이 고객을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푸념했다.
천 씨 사례처럼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가전 업체들이 다양한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노트북 컴퓨터 가격은 전혀 친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노트북컴퓨터의 전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가 2월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노트북컴퓨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69.59로 1월(67.80)보다 2.6% 오른 수치를 보였다. 2015년 2월에는 0.4%, 2014년 2월에는 0.8% 상승해 시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지수는 4월까지 평행곡선을 유지하다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특수’가 종료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자제품 판매업자들은 행사 기간동안 주로 마우스나 노트북용 가방과 같은 악세사리나 소프트웨어 1년 이용권, 어학강의 무료 수강권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신학기의 마케팅 방식은 사은품이라는 명목 하에 제 값을 받는 것”이라며 “원하지 않는 상품을 취득한 것에 따른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권리팀장은 “보통 소비자들은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제품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저렴하다는 인식과 실제 구매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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