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병원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해온 명지의료재단(이사장 이왕준)이 부채를 누락시켜가며 부정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의료재단은 이왕준 인천사랑의료재단 이사장이 2009년 학교법인 명지학원으로부터 명지병원을 인수해 이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명지의료재단은 2012년 제천명지병원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서남대 인수를 추진해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명지의료재단이 이들 병원을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에서 130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부채 210억원을 누락시킨 의혹을 받은데 이어 서남의대 부속병원으로 전환키로 했던 제천명지병원을 담보로 30억원의 추가대출을 받는 등 부정대출 의혹을 받아 이달초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명지의료재단 측은 “차입금 및 기부금 210억원은 고의로 누락시킨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이 검토한 결과 부채로 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넣지 않았다. 최근 산업은행이 관련 의혹에 대해 소명을 요구해 소명했는데, 마찬가지로 법무법인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 자료를 산업은행에 보냈다”고 밝혔다.
내부자로 추정되는 민원을 인용, 보도한 시사메디인에 따르면,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은 지난 2009년 학교법인 명지학원(이사장 송자)으로부터 명지병원을 인수할 당시 ‘차입금 및 기부’ 명목으로 매년 30억원씩 7년간 총 21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2012년 산업은행으로부터 130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차입금 및 기부’ 명목의 부채 210억원을 누락시켰으며, 이후 명지학원에 15억원을 변제하고, 현재 195억원의 부채가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도 재무제표상에는 누락됐다는 것. 또한 2013년 4월 외환은행에서 추가로 100억원을 대출받을 때에도 이 같은 부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민원인은 이를 두고 “명지의료재단이 금융권 대출 심사의 기본이 되는 채무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분식회계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며 “금감원과 산업은행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현재 210억원을 부채에서 제외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과 산업은행은 제천명지병원의 근저당 해지와 추가 대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지의료재단은 제천명지병원을 담보로 지난 2012년 5월 29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산업은행에 신탁으로 소유권을 넘겨줬다. 그리고 작년 10월22일 서남의대 부속병원 추진을 이유로 산업은행에 15억원을 갚은 뒤 소유권을 다시 찾았다. 이들 두 재단은 두달이 지난 12월 24일 다시 농협에서 30억원을 대출받으며 소유권을 신탁으로 농협에 넘겨줬다. 지난 1월 27일 기준으로 등기부상에 소유권은 여전히 농협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제천명지병원의 서남의대 부속병원 전환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천명지병원의 소유권을 되돌려 받은 명목과 실제 목적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은행 감사실 관계자는 “명지의료재단이 대출 당시 210억원의 부채를 고의로 누락시켰다면 자금 회수가 가능하고, 고의성이 없었다면 대출을 유지하겠지만 추가 담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지의료재단은 총 2,670억원의 부채(2014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유동부채는 1038억원, 비유동부채는 1631억원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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