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신사옥에 들어서면 액자처럼 생긴 TV 12대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에만 출시한 ‘세리프TV’다. SM은 삼성전자에 특별히 요청해 세리프TV 12대를 유럽에서부터 공수해 국내에 들여왔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신사옥 1층 라운지에 SM의 콘텐츠를 보여줄 디스플레이를 찾던 중 공간 컨셉과 디자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리프TV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난 & 에르완 부훌렉 형제와 협업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문자의 끝을 약간 튀어나오게 한 ‘세리프’ 글꼴에서 따온 이름으로 TV의 옆면을 보면 알파벳 ‘I’와 닮았다.
가전제품으로만 여겨졌던 TV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세리프TV 처럼 가구 디자이너와 협업한 새로운 형태의 TV가 나오는가 하면 뒷태를 중심하는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올레드 패널을 장착한 TV를 선보이면서 뒷면에 고급 가죽을 입혔다. 최근 거실 인테리어가 TV를 꼭 벽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두는 추세를 감안해 어느 방향에서 TV를 보더라도 근사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LG전자도 초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 TV의 뒷면에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를 덧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디자인 뿐 아니라 TV의 화질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TV시장 키워드는 HDR(High Dynamic Range·고다양성 범위)과 8K 해상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3개로 요약할 수 있다.
화면이 얼마나 촘촘하고 세밀한지를 나타내는 ‘해상도’는 TV화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업체끼리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화소(畵素·pixel) 수 경쟁이 치열하다. TV화면을 눈금이 아주 미세한 모눈종이라고 하면 이 가운데 모눈 하나하나가 화소다.
현재 가정에 있는 대부분의 TV는 ‘풀HD(화소수 1920×1080)’ 해상도다. 최근 팔리는 프리미엄 제품은 풀HD의 4배에 이르는 해상도를 지닌 ‘4K(UHD·3840×2160)’다. 여기에 한걸음 나아가 8K(7680×4320) TV가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세계 8K TV 시장은 지난해 270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도쿄올림픽을 앞둔 2019년에는 91만100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화질은 해상도만 높여선 개선할 수 없다. 요즘 뜨는 기술인 HDR이 해상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HDR은 실제 눈으로 보는 장면과 가장 흡사한 영상을 화면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표현한다. 다채로운 범위의 명암을 세밀하게 분석해 보여줌으로써 화면이 표현할 수 있는 빛의 범위를 확대한다.
HDR기술을 활용하면 같은 화소에서도 화질을 높일 수 있다. 빛의 밝기가 약간만 달라도 예민하게 구분해내는 사람 눈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6’에서도 삼성·LG전자를 비롯한 많은 회사들이 HDR 기능이 장착된 4K TV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화질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TV는 TFT-LCD 제품이지만 최근에는 올레드 패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LCD TV에 비해 화질이 좋고 휘거나 구부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생산수율과 번인(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등이 단점이다.
[이승훈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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