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한파가 지나간 이후 치질 환자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게 되면 모세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평상시 보다 항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대기업 사무직에 종사하는 L모씨(42, 남)는 최근 들어앉거나 설 때마다 극심한 항문고통에 시달려 결국 병원을 찾았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있는 P모씨(44, 남)도 항문고통에 시달리다 얼마 전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늦어 보름째 출근을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치질에 걸린 탓이다. 전문용어로 치핵이라고도 하는데 항문 내 치질정맥에 압력이 가해지면 혈류가 제한되어 부풀어 올라 팽창되고 치핵조직이 흘러내리면서 발생한다. 전 인구의 약 50%가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한다고 하는 흔한 항문질환의 일종이다.
초기에는 항문 주변이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지며 배변 시 출혈이 있거나 통증과 불편감이 나타나지만 다른 증상은 없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핵이 돌출되고 배변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속옷에 피가 묻어날 정도가 되면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치질은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1~2도) 일상관리와 간단한 치료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중증(3~4도)이 되고 심한 고통이 동반되면 병원을 찾기 때문에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장항문 세강병원 김찬호 과장에 따르면 "최근까지 수술요법으로 치핵절제술이 많이 시행되었는데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항문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며 회복기간도 약 2~3주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며 최근 도입된 PPH치질수술은 특수 장비를 이용하게 되는데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후 고통과 회복기간, 상처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모든 병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김찬호 과장은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무엇보다 변비를 없애고 배변을 부드럽게 하도록 해야 한다. 하루 30그램 이상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과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6~8잔(2리터)정도의 물을 섭취하도록 하고 카페인과 알코올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은 항문정맥에 압박을 가하므로 쉬는 시간을 갖고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배변 시 너무 힘을 주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항문 정맥에 큰 압박을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배변 욕구가 느껴지면 기다리지 말고 배변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배변 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도 항문 건강에는 좋지 않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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