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를 타고 도착한 경남 창원시 마산 회원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대부분의 마트가 그렇듯 입구에서부터 쨍하고 환한 조명을 기대한 기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약간 어둡기까지 하다고 느낄 정도로 조명의 밝기를 낮춘 지하 1층 신선가공식품 매장은 오로지 진열된 상품 하나하나에 조명이 쏟아지도록 설계했다.
은은한 조명 뿐 아니라 기존 롯데마트와 달리 5m나 되는 동선 폭에 마치 쇼핑몰에 온 듯한 공간 배치도 눈에 띄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이나 키즈카페, 스포츠 시설 등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소비자들에게 쉴 공간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지난달 대법원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대형마트 업계는 어느 때보다 침체돼 있다.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 등이 저렴한 가격에 당일 배송 등을 내세워 매출을 갉아먹는 통에 매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마트 양덕점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생활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 매장 변신을 통해 이같은 위기의 돌파구를 찾았다.
◆커피 한잔 하며 쇼핑하는 문화휴식 공간 추구
롯데마트 양덕점에서 가장 눈에 띈 공간은 1층에 위치한 카페형 서적 매장인 ‘페이지 그린’이다. 대형마트 안에 이같은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숍인숍으로 선보인 것이 처음으로, 북적북적대는 마트 안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타사와 확실한 차별을 이뤘다.
롯데마트 신주백 MD전략팀장은 “계산대 밖의 임대공간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것이 아니라 쇼핑 카트를 들고 와 마트 안에서 쇼핑하며 커피를 마시고,책도 볼 수 있게 한 휴식 공간”이라며 “업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페이지 그린의 면적은 311㎡(약94평)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면적에 상품을 판매하는 대신 복합 문화 휴식 공간을 마련한 것. 이밖에 롯데마트는 1147㎡(약347평)의 면적에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를 비롯해 키즈카페, 스포츠 시설을 선보였다.
가격이나 상품 경쟁력 등 기존에 대형마트의 장점으로 여기던 것들이 더 이상 대형마트의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롯데마트는 이같은 문화 휴식 공간을 통해 온라인 쇼핑 대신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신 팀장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건강, 휴식, 개성 등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하도록 하는 것, 그래서 더 쉽고 편하게, 또 여유있게 쇼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양덕점을 포함한 3세대 대형마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큐레이션 개념 도입…역으로 새로운 생활 제안
롯데마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선보인 대형마트 1세대는 최저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이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자체 제작상품(PB) 활성화와 단독상품 개발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 2세대 대형마트가 있다. 롯데마트 양덕점처럼 소비자들의 생활을 제안하며 상품 선택을 쉽고 여유롭게 만들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대형마트 3세대의 모습이다.
실제로 롯데마트 양덕점에는 이러한 3세대 대형마트를 추구하기 위해 스타일을 제안하는 테마형 잡화 편집숍인 ‘잇스트리트(It. Street)’와 프리미엄 건강 라이프 브랜드 전문 매장인 ‘해빗(Hav’eat)’이 있다. 또 나만의 방식대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카(Car)퍼니싱 매장인 ‘모터맥스’, 거실, 침실, 주방, 욕실 등 생활공간을 편집하는 홈퍼니싱 전문매장 ‘룸바이홈’ 등이 마련돼 있다.
롯데마트는 이를 통해 대형마트가 공급자 중심의 단순 진열된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역(逆)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생활을 제안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서현선 MD혁신 부문장은 “단순히 상품을 공급한다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 마트에서 먼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측면에서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넓어지고 높아지고…한층 여유로운 쇼핑 매장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 롯데마트 양덕점은 그만큼 쇼핑 공간 활용이나 상품 배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상품의 진열 집기 높이를 기존보다 최대 60cm 가량 높였다. 벽면 집기는 240cm에서 300cm로, 아일랜드 집기는 180cm에서 210cm로 높이고 상품 진열 면적도 평균 30% 이상씩 늘려 소비자들의 상품 검색 과정을 간소화 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즉, 소비자가 개별 특화 매장을 통해 대략의 상품군을 쉽게 인지하고 집기 높이 및 진열 면적의 확대를 통해 세부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더불어 국내 대형마트에서 일반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일방(One Way) 동선을 사용해 쇼핑 이동 거리도 간소화했다. 동선의 폭은 기존 4m에서 5m로 넓혀 여유로운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 부문장은 “짧은 여가 시간이라도 마트에 와 편리하게 쇼핑을 하고 또 놀고 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공간 배치에 신경을 썼다”며 “온 가족이 마트로 놀러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유 공간을 많이 확보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마트 양덕점 2층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골프숍, 각종 뷰티숍, 전자매장 등이 있어 가족 단위로 쇼핑을 나온 소비자들이 짧은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도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4480여평 규모로 선보이는 롯데마트 양덕점은 3일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롯데마트는 양덕점에 일평균 7000명가량이 방문하며, 월매출로는 70~8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경남 창원시 마산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각각 1곳씩 영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는 3세대 대형마트 모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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