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프랑스 르노가 선보인 초소형 4륜 전기차 트위지(Twizy)는 유럽에서만 1만 5000대 넘게 판매됐지만 한국에서는 도로주행이 불가능했다.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부품인 ‘범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도로에서 트위지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규제를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새로 등장한 상품들을 폭넓게 인정해줄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국내에서 달리는 순수 전기차(BEV)를 100만대까지 늘리는 한편 제주도는 도내 모든 차를 전기차로 100% 전환하는 전기차 시범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제로에너지 빌딩 기술 적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신산업 토론회’를 열어 관계부처와 함께 이같은 내용을 담은‘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정양호 산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주목할 미래 트렌드는 ‘프로슈머’, ‘분산형 청정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온실가스 감축’ 등 4가지”라며 “이를 각각 에너지 프로슈머, 저탄소 발전, 전기자동차, 친환경 공정 4개 분야로 구체화해 에너지 신산업 정책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개인 또는 빌딩에서 직접 생산한 소규모 전력이나 남는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에너지 프로슈머(생산하면서 소비하는 사람을 뜻함) 전력 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자체전력을 생산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10개 이상 대학, 100개소 이상 산업단지로 확대한다. 또 제로에너지빌딩을 공공 주택에 시범 적용한 후, 이를 기반으로 2025년부터는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저탄소 발전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40%에 고효율 발전시스템을 도입하고 송전시에도 전력손실이 없는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등을 지원한다. 2030년 전기차 100만대 확대를 위해 제주도 전기차 전환 외에도 국내 시내버스 3만 3000대를 2030년까지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정부는 또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에 빠지지않고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적용범위를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들여 10GWh 규모까지 확대하고 ESS기술의 해외수출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병행하기로 했다.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 기술은 부가가치가 높고 한국기업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 국제 표준에 대응해 해외수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산업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친환경 에너지 분야 마중물을 붓기 위해 내년 예산안으로 연구개발(R&D) 4440억, 융자 6500억원 등 총 1조 2890억원을 편성했다. 주요기업들의 민간 투자계획은 2016년~2020년 5년간 총 19 조 3495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분야 4개 전략을 통해 2030년에 100조원 시장, 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온실가스는 5500만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파리에서 열릴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마중물 투자를 통해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의무(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전망치 대비 37% 감축안 제시)를 단순한 부담이 아닌 새로운 성장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범정부 기구인 ‘에너지 위원회’에서 과제별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 육성 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에너지 신산업 수출지원 자문단’을 통해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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