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에 정당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연달아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하며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SK와 CJ라는 두 거대 자본의 결합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고착화돼 유선시장으로 지배력이 전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이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법과시장경제센터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에서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인가할 경우 결합상품을 통해 무선시장 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과점에 달하는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IPTV와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시장까지 전이되는 상황에서 케이블 1위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이같은 증가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시장 지배력 전이 측정 방법론을 국내 통신시장에 적용한 결과 소비자는 이동통신과 유선 서비스를 결합 시 지배적 사업자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그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규제당국이 인가조건을 부가했음에도 당시 조건들은 현재 있으나마나한 조건이 됐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인가 심사과정에서는 정부가 이동통신 지배력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이같은 정책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도 “시장은 점차 결합상품 중심으로 가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1위 사업자의 지배력 유지·강화·전이 등에 방관할 경우 결국 시장 전체가 피폐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방송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방송이 결합상품의 부가적 상품군으로 전락할 경우 방송의 공적 의미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민철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이통시장 5:3:2 구조의 고착화, 경쟁요소 감소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이용자 편익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발표가 주로 지배력 전이에 따라 경쟁이 제한된다는 내용이지만 현재 30% 요금할인율을 적용하는 결합판매가 요금 등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며 “반대편 의견을 고려한 종합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논의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토론회, SK-CJ헬로비전 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토의에 앞서 “이동통신시장 과점사업자와 유선방송 1위 사업자가 미디어 시장을 흔들게 되면서 공정성을 가진 방송이 통신사의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이는 재벌의 방송 진입을 막는 방송법에 전면대치되는 것으로 정부는 책임지고 위법성과 시장 파급 여부를 따져 신중한 행정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단순 두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을 넘어 지역 소비자의 권리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SK텔레콤의 IPTV 영업 강화로 월 5000원대의 시청료를 내는 기존 케이블 방송 이용자가 고액의 IPTV 이용자로 전환되고, 이동통신사업자가 CJ헬로비전을 통해 보도채널을 갖게 돼 방송의 공공성도 훼손되기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억 희망연대 노조 전 위원장은 “케이블 업계 노동자의 처우와 고용승계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케이블방송 초기 공중파가 담지 못하는 지역성을 위해 대기업 진출을 차단했던 만큼 인가 심사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세미나와 토론회 내용에 대해 “지난 8월 미래부와 방통위가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며 일단락된 결합판매를 다시 꺼내는 것은 묵은 이슈를 재점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결합상품 심사 강화는 창의적인 상품 출시를 약화해 이용자 편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승계 역시 이미 약속된 부분”이라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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