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수시든 정시든 학생들이 대입준비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둘 겨를이 없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수험생들이 학기 초나 2학년 때보다 이 때 친구들과의 사소한 마찰로 오히려 집중력을 잃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한다. 왜일까? 그들의 답변은 한결같다. 서로가 예민해져서인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나 부서의 미래에 있어서 명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초반부에는 열심을 다하면서도 오히려 그날이 다가오면서 안정감을 잃은 채 허둥지둥하면서 자멸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집중력 자체가 급전직하하거나 아니면 별 일 아닌 데도 주위의 동료들과 다투면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다. 안타까운 자멸이 아닐 수 없다. 이것도 대부분 예민해져서 그런 것 같다고만 대부분 말들 한다. 하지만 그 예민해짐이 결국 무엇인가. 그 예민함을 잘 극복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간의 생각을 물리학적으로 미세접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최근의 심리학자들은 이른바 ‘잘 준비하고 기다리기’와 관련된 두 가지 현상에 대해 우리가 재미있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켈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케이트 스위니 교수 연구진은 매우 흥미로운 관찰 결과들을 보여준다. 중요한 결과를 앞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그 결과를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어떤 사람들은 초조와 불안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후 그 결과가 긍정적이면 기다리면서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어 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기뻐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 다음이 재미있다. 기다리는 과정에서 그토록 힘들어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덜 괴로워했던 사람들보다 동일한 나쁜 결과를 손에 쥐고도 그 다음 행동이 더 바람직했다는 것이다. 즉 다시 시작하는 데 시간도 덜 걸리고 그 일에 다시 한 번 도전하려는 경향이 더 강했다는 것이다. 정말로 재미있는 결과다. 왜냐하면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한 번 도전해서 실패하면 바로 그만두는 사람들일수록 기다림의 과정에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런 현상들이 수두룩하게 관찰된다.
우리는 나쁜 결과를 무서워하는가? 아니면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무서워하는가?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재미있는 것은 어떤 초조함이든 준비하고 기다리며 더 강하게 가질수록 최종 결과를 마주하면 이후의 행동에서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바로 간절함에 있다. 간절함이 클수록 초조와 불안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며 따라서 결과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더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예민함은 간절함의 부산물일 뿐이다.
그러니 중요한 결과를 앞둔 조직의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리더와 폴로어는 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 섣부른 위로와 연극은 폴로어들로 하여금 ‘뭐야. 결국 나만 간절했던 것 아니냐’라는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일을 할 때는 최대한 불안을 제거해 주지만 기다림의 과정에서는 체면과 점잖음을 버리고 자신의 간절함을 최대한 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리더와 폴로어가 그 결과 다음 행동과 일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한 배를 타게 되지 않을까? 둘째, 특히나 결과를 앞두고서 일이 끝났다고 갈등 관리에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결과 이후의 또 다른 일을 위해서다.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그 날이 다가올수록 사람들끼리 더 많은 갈등을 겪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그 갈등이 관찰되겠는가? 바로 간절하게 기다리지는 자와 무심하게 기다리는 자 사이였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열심히 일하고 솔선수범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같은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이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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