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서우봉 해변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곳이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을 거니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이나 감미로운 바람의 모습을 닮은 넉넉한 현지인의 얼굴에서 이곳의 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이야깃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지난 2일 개관한 라마다제주함덕호텔이 그 주인공. 310실을 갖춘 이 특급호텔은 조만간 지어질 151실 짜리 한 동까지 합하면 객실 수가 461실로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특급호텔 중 하나가 된다. 제주에 오픈이나 오픈을 준비 중인 분양형 호텔 중 최초의 특급호텔인 점도 남다르다.
라마다제주함덕호텔의 분양과 운영은 서정수 퍼스트민서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서 회장 또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3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19년 동안 상담심리학과 종교음악 등의 분야에서 박사학위 2개를 받았다. 여기에 파산전문 변호사 자격까지 갖추며 관련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야말로 ‘공부의 신’에 버금간다. 여기에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한 일이 건설시행사업뿐이었다는 것이나 미국에서 1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는 이력을 추가하면 실로 놀랍다.
한국에 돌아온 서 회장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로 특급호텔분양사업이다. 성공하려면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는 정형화한 이론은 그를 빗겨간다. 더구나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 회장은 사업 어젠더로 ‘리드’와 ‘파격’을 내세운다. 라마다제주함덕호텔만을 놓고 볼 때 국내 최초 특급호텔 분양이라는 것이 ‘리드’이고, 분양호텔을 철저히 최고의 특급호텔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파격’이다. 이는 지금까지 펼쳐진 비즈니스호텔분양사업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죠. 그리고 이왕 하는 것은 재미있게 해야 하고요. 그저 그런 재미로는 만족 못합니다. 피가 끓는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의 또 다른 키워드는 ‘재미’였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재미있지 않다. 하지만 같은 일이라도 방식을 바꾸면 재미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 비즈니스호텔 분양사업을 제안하더군요. 특급호텔분양은 안 된다는 게 당시 정설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비슷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재미가 없죠. 남들이 다 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비즈니스 호텔분양 대신 특급호텔 분양은 이와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다른 시행사들처럼 분양으로서만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닌 특급호텔로서 호텔 운영에 포커스를 둔 이유입니다.”
생소한 분야로의 첫 도전, 위험하지 않았을까. 성공한 현재에 이러한 질문은 유쾌한 대답을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그의 입에서 ‘철저히 준비한 자에게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준비의 기초는 사소함을 다루는데 있다.
“사소해 보이는 것에 집중했죠. 사소해 보이는 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전체의 윤곽이 점점 뚜렷이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전체의 그림이 그려지면 승부는 이미 결정됩니다.”
사소한 것에 집중한다는 그의 말은 ‘신은 디테일 안에 숨어 있다’는 명언을 남긴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어록과 닮아 있다.
“자신감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남들이 간과하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디테일이 달라지고, 이것이 곧 승부로 연결되죠. 준비가 철저하면 자신감은 절로 나옵니다. ‘준비-철저-자신감-재미’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원리죠.”
서 회장의 철저함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아가는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1990년 초 무렵이었어요. 사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만나주지를 않는 거예요. 심지어 대구시청 공무원을 통해서, 정부 고위공무원을 통해서도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의 가장 친한 대학친구를 찾아 만남을 청했죠.“
당시 서 회장이 만난 사람이 현재 라마다호텔의 안도길 상무다. 안 상무는 서 회장과 가장 가까운 사업 파트너로 그의 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2013년, 한국에 돌아온 서 회장에게 제주도에서의 호텔분양사업 전망을 전한 것 역시 그였다.
서 회장은 호텔분양의 사업성을 인지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6개월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라마다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윈덤그룹을 설득했다. 그래서 결국 그는 특급호텔분양이라는 신사업 분야를 만들어 냈다. 서 회장의 철저한 준비성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 회장은 자신의 삶의 지표를 ‘재미’라고 표현했다. 살아가는 것도 사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미라는 말 이면에 숨어 있는 코드가 있다. 그것은 ‘절박’이다. 절박은 행동을 즉각적으로 이끈다. 절벽에서 떨어지려는 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자가 있을까. 사업과 관련해 서 회장은 항상 자신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다. 그가 안 상무를 만나는 과정이나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윈덤그룹을 설득한 과정은 그가 행동가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행동가는 어제와 내일이 없다. 당장 이 순간에 가장 그 일에 필요한 일을 하는 자이다. 절박은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기에 아름다운 코드인 것이다.
서 회장은 분양 이후 본격적으로 호텔 운영에 착수했다. 분양호텔은 분양에만 집중하고 운영은 별개로 취급하던 것이 정설이었으나 이 역시 뒤집은 것이다. 그는 원활한 분양에 이은 안정적인 호텔 운영이 퍼스트민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사업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 말한다. 다른 특급호텔과는 달리 라마다제주함덕호텔 옥상에 자쿠지, 야외결혼식장, 바비큐파티장 등을 개설한 이유다. 서 회장은 이밖에도 색다른 부대시설을 늘려가며 색깔 있는 마케팅과 운영으로 특급호텔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재미와 절박이 어우러진 코드가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될 지 기대를 모은다.
서 회장은 앞으로도 특급호텔 분양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 2월에는 서귀포에 164실의 특급호텔이 들어선다. 제주 성산에 윈덤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윈덤가든’이 국내 최초로 론칭할 계획을 갖고 있다.
“분양을 중점으로 한 수익형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그 호텔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투자자죠. 이들을 위해 차별화된 운영시스템과 마케팅을 전개해 적정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내겠습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