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는 생명의 존엄성을 가장 잘 지켜주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매우 발달돼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은 1981년 호스피스법이 제정된 지 34년이 지났으며 대만은 2000년 완화의료법이 제정되어 올해로 벌써 15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5년 호스피스가 소개된 이래 최근이 되어서야 호스피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병원의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는 것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공동대표: 정갑윤국회부의장, 원혜영의원 )’과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공동대표 김명자·성낙인·유중근·윤평중·전윤철)‘는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의료 대토론회’를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각 호스피스 협회와 시민단체, 관심 있는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공동대표인 원혜영 의원은 “대토론회를 계기로 19대 국회에서 웰다잉 관련 6개의 법안을 조속히 통합해서 법제화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추진위원장인 김세연 의원 또한 “여야를 초월하여 19대 국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양승조, 김성주, 남인순 의원도 축사를 통해 이번 법안의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발표자로 나선 윤영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시한부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원치 않지만 절반 이상이 연명치료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는 임종을 앞둔 말기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 관리정책과 철학이 부재하며 복지부내에 말기환자 관리업무가 여러 부서로 분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영호 교수는 국내 연명치료 실태와 관련해 첫째, 70%의 환자들이 병원과 중환자실 사망하고 있으며 완화의료제도가 말기암환자로 제한되어 있는 등 바람직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둘째, 환자 자신의 말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호스피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는 등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의료 시스템이 결핍되어 있으며, 셋째, 임종환자의 마지막 삶의 간병 고통과 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넷째,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국민적 웰다잉문화의 미성숙과 공동체의식이 부족한 한국인 죽음의 현실을 진단했다.
윤 교수는 김세연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완화의료재정추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말기암환자로 제한하여 2016년 말기암환자의 15%, 2020년까지 50%가 호스피스를 이용하게 할 경우 현재의 건강보험 완화의료수가에 의한 재정절감이 5년간 약 2,918억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50%가 이용할 경우 한해에 약 304억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50%가 호스피스를 이용하게 할 경우 2020년까지 약 2,500병상이 필요하며 서울의 경우 7개의 권역별호스피스센터와 19개의 지역완화의료기관이 필요하며 전국적으로 권역별센터가 35개, 지역완화의료기관이 96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호스피스·완화의료국민본부‘는 첫째, 호스피스 제도화의 대상을 말기 암 환자에서 다른 질환에 의한 말기 환자로 확대하되 그 확대 범위와 시기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것, 둘째, 연명의료결정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는 반드시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과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설명과 선택을 포함시킬 것, 셋째,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생명의 날”을 정할 것, 넷째, 정부는 국가호스피스위원회를 설치하여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중앙센터와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를 운영할 것, 마지막 다섯째, 정부는 호스피스기금 설치 및 재단 설립을 할 것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통령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도적으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자”는 의견을.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장 정재우 신부는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돌봄 여건을 마련하고 연명의료결정 이후의 돌봄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호스피스완화의료이기 때문에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법제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했다.
윤희숙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재정전문가로서 법안에 관한 재정적 검토 등 구체적인 논의의 중요성에 대하여,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형평성을 위해 다른 말기 환자까지 확대해야 하고 다양한 형태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얘기했다. 소비자와 함께 상임대표이자 서울시 희망경제 위원회 위원장인 박명희 대표는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이자 경희대 종양내과의 김시영 교수는 “현장에서 쉽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해야 하며 요양병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려면 충분한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을 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김명희 연구부장은 “죽음에 대해서 개방적으로 얘기할 수있는 문화와 웰다잉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 특히 인력양성과 양질의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의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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