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질적 생활수준은 나아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당 소득은 2009년 이후 개선됐지만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관계망, 건강 만족도 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와 관련된 ‘사회관계 지원(2014년 기준)’ 항목에서 OECD 34개국중 꼴찌였다. 한국의 점수는 72.37점로 OECD(88.02점)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은 직전 조사인 2012년에도 77점으로 최하위였지만 2년새 점수가 더 낮아졌다.
한국에서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로 환산하면 15∼29세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 보다 높았지만 30∼49세(78.38점)는 점수가 급격히 낮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의지할 만한 주변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50세 이상은 67.58점으로 1위인 아일랜드(96.34점) 보다 30점 정도 낮았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역시 OECD 국가들중 가장 짧은 하루 48분에 그쳤다. OECD 평균은 하루 151분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통학시간 제외)이 6분이었는데 OECD 평균(47분)에 비하면 극히 짧았다.
건강 만족 수준도 꼴찌였다. 한국 사람들의 건강 만족지수는 2009년 44.8점에서 2013년 35.1점으로 떨어졌다. 이는 OECD 평균(68.83)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다. 개인이 평가한 삶의 질은 10점 만점에 5.8점을 기록해 OECD 평균(6.58)에 못 미쳤다. 전체 순위는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 중 29위로 직전 조사보다 4단계 떨어졌다.
바닥 수준인 삶의 질 수치와는 달리 한국 경제지표는 금융위기 이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달러로 조사대상 OECD 29개국 가운데 20위였다. OECD 평균(2만7410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순가처분소득 증가율을 보면 한국이 12.28%로 가장 높았다. 2011년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30.27%), 아일랜드(-18.11%), 스페인(-11.08%), 이탈리아(-9.32%) 등 유럽 국가들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총소득 증가율도 한국은 7.3%를 기록해 조사대상 30개국중 1위였다.
OECD는 독일과 함께 한국을 금융위기 이후 물질적 삶이 나아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았다. 다만 소득 상위 20% 수입이 하위 20%의 6배나 되는 소득불평등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또 한국은 남녀 소득 격차가 20%를 넘어 이 분야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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