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관리한다는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내놨다.
140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 융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재정 구조조정으로 내년 한 해 동안 2조원을 감축하겠다는 단기 계획도 밝혔다.
기대보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들어올 돈(세수)이 없는 만큼 나갈 돈을 좀 더 깐깐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8일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2.6%로 잡았다. 같은 기간 총수입 증가율(4.0%)보다 1.4%포인트 낮다.
지난해 세운 2014∼2018년 계획 때는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4.5%)과 총수입 증가율(5.1%)의 차이가 0.6%포인트였는데, 격차를 더 크게 뒀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이런 원칙은 5년 단위의 재정운용계획에 매번 등장했지만 정부가 올해 보이는 각오는 비상하다.
세수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등에 써야 할 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랏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내년에 37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재정 적자와 국내총생산(GDP)의 40.1%로 높아지는 국가채무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총지출 증가율을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점차 회복시키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국가부채, 재정적자 한도를 법으로 정해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돈 쓸 일(의무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의 법제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입법뿐 아니라 의원 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페이고 제도의 조속한 법제화를 국회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페이고 제도 외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사업 구조조정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부 부처, 부서 간 유사·중복사업은 올해 예산에서 370개, 내년 예산에선 300개가 통·폐합됐다.
중소기업의 연구인력 채용 지원 사업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석·박사급), 미래창조과학부(퇴직 과학자), 중소기업청(학사급)에서 각각 운영하던 것을 산업부로 일원화했다.
성과가 낮은 80여개 사업은 예산이 50% 이상 삭감되거나 아예 없어졌다.
사업이 실패하면 원리금을 감면해주는 성공불융자 방식으로 운영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어난 해외자원개발 융자사업은 예산 1438억원(올해 기준)이 전액 삭감됐다.
국고 보조사업 수는 1813개였던 것을 1523개로 16% 줄였다. 100억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보조사업은 새로 적격성 심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사업 원점 재검토 등으로 연간 2조원을 아껴 일자리, 문화 융성, 민생안정 분야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정부가 계속해서 이행할 수 있는지가 재정 건전성 확보의 관건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웃돌았다.
결산 결과 총지출 증가율은 총수입 증가율을 2012년 0.4%포인트, 2013년 1.5%포인트, 2014년 1.7%포인트 높았다.
올해는 지출을 대폭 늘리는 슈퍼 예산 편성으로 총지출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2.1%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본예산을 짰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는 격차가 5.8%포인트로 벌어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은 정부 지출을 매년 늘려 성장률을 떠받치려다가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이고 장기 성장 기반도 약해졌다”며 “앞으로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과 실천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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