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스크린골프장비는 1대당 5000만원을 호가한다. 회사에서 직영으로 팔기보다는 전국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며, 1대당 영업사원의 인센티브가 많게는 5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설립된 스크린골프 후발주자인 마음골프(대표 문태식)는 대리점형태의 판매와 과도한 영업사원인센티브의 거품을 빼기로 했다. 영업을 대리점에게 주지않고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중간유통마진을 제거했다. 직영판매를 통해 2000만원대 초반에 스크린골프 장비를 판매했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소프트웨어 이용료도 대폭 줄였다. 라운드마다 점주들로부터 2000원을 받는 타 업체와 달리 월 10만원 정액제를 도입했다. 이후 점주들사이에서 수익성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스크린골프 시장의 포화 우려 속에 시잠점유율 1위인 골프존 장비의 교체수요를 파고들며 판매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 마음골프는 설립 3년만에 900여곳에 3000대 이상의 스크린골프 장비를 판매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렇게 해서 마음골프의 ‘티업비전(T-UP)’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15%께로 상승하며 골프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문태식 대표(47)는 한게임 부사장과 NHN게임 대표를 거친 엔지니어로 온라인게임 ‘당신은 골프왕’ 개발을 계기로 골프계에 입문했다. 최근 성남 본사에서 만난 문 대표는 “게임에서 얻은 노하우로 보다 재밌는 스크린골프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제 3년이지만 스크린골프 점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면서 점주와 고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티업비전’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확도가 높은 것은 물론 게임에 기반한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시도로 시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 대표는 공의 물리구현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예로 티업비전골프공에는 가로·세로에 까만 선이 그려져 있다. 골프공의 스핀을 정교하게 읽기 위한 것. 일반적인 장비가 공의 발사속도와 각도만 파악한다는 점에서 더 진보된 기술이다. 문 대표는 “실제와 같게 구현하다보니 다른 스크린골프장비에 비해 타수가 많이 나오는 현상이 있지만, 프로나 고수들로부터는 ‘더 사실적’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달 1일부터 스크린골프 최초로 게임과 같은 ‘아이템전’을 도입했다. 그간의 스크린골프가 현실구현에 집중했다면, 티업비전 브랜드는 골프에 게임적 요소인 아이템을 추가해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잘친 공에 강제 멀리건을 주는 ‘원위치’ 아이템을비롯해 파3코스에 온그린성공시 버디, 실패시 더블파를 주는 ‘인생한방’, 홀컵을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홀컵이동’ 등이다. 문 대표는 “실제 게임과 같이 캐디가 나와 공을 놓아주고 길을 알려주는 ‘캐디호출서비스’를 도입한 뒤 다른 업체들이 다 따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다소 컴퓨터게임 같지만 아이템을 쓰는 게임을 할 지 안쓰는 게임을 할 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는 또 하나의 재밌는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라 설명했다.
마음골프는 스크린골프와 더불어 골프대중화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마음골프학교를 통해 그간 3000명의 회원을 배출했으며, 독학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골프피팅센터를 운영하며 개인 맞춤형클럽이나 고반발클럽도 만들고 있다. 문 대표는 “골프학교는 커리큘럼을 완성한 만큼 조만간 학교를 지역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120억원의 매출을 올린 마음골프는 올해 약 250억원의 매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남궁훈 엔진 대표, 정욱 넵튠 대표 등 게임벤처업계 유명인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김병관 전 NHN게임 대표도 개인자격으로 초기투자에 나선 바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 포화에 가까운 국내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골프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중국을 중심으로 스크린골프의 해외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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