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이 최종 결정됐지만 임시주총이 완료되기까지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지난 5월 26일 1대 0.35(제일모직:삼성물산) 비율로 합병을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순조로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합병 발표 후 9일이 지난 6월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상황이 180도 돌변했다. 삼성물산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곧이어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은 지지하지만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 반대를 공식화하면서 법원을 통해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삼성그룹,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인 엘리엇의 공개적인 반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삼성물산은 “합병 결정은 주주를 위한 판단”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는 오히려 확대됐다.
결국 6월 10일 삼성물산 이사회는 지분 5.76%에 달하는 899만주를 KCC로 매각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방어에 나섰다. 엘리엇은 또다시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며 반박했다. 이후 전방위로 공격하는 엘리엇에 대해 삼성물산은 6월 26일 “엘리엇 주장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공개적인 논리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등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국내외 주주들을 만나 합병의 당위성 등을 직접 설명하고 다녔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그동안 주주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제일모직은 긴급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 각종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했다. 7월 1일 법원이 엘리엇이 제기한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다음날 안진회계법인은 ‘대리인을 허위기재했다’며 엘리엇을 고소하며 삼성 측으로 판세가 기운 듯 보였다. 그러나 7월 3일 ISS가 “합병비율에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며 합병을 반대한다는 권고 의견서를 발표하며 또다시 엘리엇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후 17일 주주총회까지 약 보름여 동안 국민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속속 찬반 의견을 결정했고,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막판까지 소액주주들 표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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