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율은 2008년 21.6%에서 2014년 25.3%로 매년 상승 추세에 있다. 30대이상 성인의 20~30%는 비만과 관련된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환자는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28% 높으며 고혈압은 5.6배, 고지혈증은 2.1배, 당뇨병은 2.9배 높다. 비만환자는 일반인보다 유방암과 대장암의 유병률이 1.1~1.6배 높다.
이처럼 비만이 각종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미국심장학회와 비만학회는 2013년 새로운 비만관리지침을 발표해 “비만환자(BMI(체질량지수) 30 ㎏/㎡이상)이거나 과체중(BMI 25~29.9 ㎏/㎡)이면서 비만관련 질환을 1개이상 가지고 있다면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만관련 질환은 고혈압, 인슐린저항성/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수면 무호흡증, 비알콜성 지방간 등이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신미승 교수는“과거에는 과체중 환자가 비만관련 질환을 2개이상 가지고 있을 때 치료대상으로 봤지만 최근 바뀌었다”며 “체중을 3~5% 감량하면 중성지방,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및 제 2형당뇨병의 발생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살빼기(다이어트)는 쉽지 않다 . 살이 찌고 빠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섭취열량(에너지)과 소비열량의 균형에 달려있다. 다이어트를 해도 식사로 섭취한 열량이 소비열량보다 많으면 열량이 체내에서 지방으로 축적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음식종류 뿐만 아니라 ‘언제, 어떻게 먹는가?’ 즉, 먹는 시간과 먹는 속도, 생활(체내시계)리듬, 음식 조합을 고려한 다이어트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모리 유카코(항노화지도사)는 ‘리듬식사 다이어트(삼호미디어 출간)’이라는 책에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어떤 방법이든지 장단점이 있고, 같은 방법을 써도 개개인의 몸상태, 체형, 생활습관, 식습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누구에게나 맞는 다이어트법이 존재할 수 없다”며“가장 먼저 체내시계의 리듬을 파악한 뒤 먹는 시간과 속도, 음식조합을 활용할 경우 효과적으로 비만을 예방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모리 유카코는 좀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 사람은 체내시계의 리듬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체내시계는 신체리듬을 주관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에 잠이 오고 아침이 되면 같은 시간에 눈을 뜨며, 항상 같은 시간에 배가 고파지는 것은 체내시계 때문이다.
살이 찌는 사람은 필요한 열량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데, 대체적으로 식사속도가 무척 빠르다. 다이어트할 때 빨리 먹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속도가 빠르면 과식과 폭식으로 이어질 수있다. 천천히 먹으면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서 식사량이 줄어든다. 이 식습관을 지속하다 보면 위장(胃腸)크기도 줄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있다.
100세가 넘는 현역의사인 히노하라 시게아키 일본 성누가국제병원 이사장은 “위장의 80%만 채우고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올바른 식습관”이라며 “배고픔을 느껴지지 않도록 하며 30대의 체중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추천하는 식생활 기본은 곡물, 식물성·동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고 무엇 하나도 지나치게 먹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긴 시간에 걸쳐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예컨데 회식자리에서 안주를 쉬지않고 먹는 것은 과식의 원인이 된다. 천천히 조금씩 먹더라도 긴 시간에 걸쳐서 먹으면 자신이 먹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과식하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식사는 30분안에 먹도록 권장되지만 가급적 첫번째 요리를 먹기 시작한 지 1시간안에 다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조합도 중요하다. 음식조합을 균형있게 개선해도 체중을 쉽게 줄일 수 있다고 모리 유카코는 지적한다. 음식조합에 따라 살이 쉽게 빠지거나 찌는 패턴이 있다. 에너지 대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비타민 B1과 B2 등이 필요하다. 균형이 깨진 영양섭취로 영양소가 부족하면 결과적으로 쉽게 살이 찐다.
설탕과 기름이 많이 들어간 요리의 조합은 금물이다. 구체적으로 햄버거, 감자튀김, 셰이크, 과일주스, 콜라의 조합을 들 수있다. 도넛, 빵, 핫케이크, 애플파이, 고구마맛탕 등과 같이 설탕과 기름을 듬뿍 사용한 요리를 피해야 한다.
외식을 할 경우 종종 설탕과 기름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데, 그럴 때는 채소요리부터 먹기 시작한다. 먼저 채소로 배를 채우면, 설탕과 기름이 많은 요리는 남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점심때 설탕과 기름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면, 저녁식사는 건너뛰도록 한다.
살을 빼려면 ‘언제 먹느냐’도 중요하다. 모리 유카타는 “일어난 지 12시간 안에는 적당량에 한해서라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시간대”라며 “케이크나 튀김과 같은 고칼로리 음식은 오전중에, 적어도 오후 3시 전후의 시간대까지만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평소 오전 6시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오후 6시까지는 저녁식사를 끝내야 한다는 게 유타카의 주장이다. 하지만 업무상의 이유로 도저히 일어난지 12시간안에 식사를 끝낼 수 없는 사람은 적어도 14시간 안에는 식사를 끝내는 것이 좋다.
식사는 수프→채소요리→메인요리→밥(배가 부르면 생략) 순서로 먹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에 수프를 먹으면 수분이 공급되어 위벽이 늘어나게 한다. 또한 그 정보가 위벽에 분포된 신경섬유를 통해 포만중추에 전달되어 포만감이 느껴지게 된다. 이어서 씹는 맛이 있는 버섯, 양배추나 오이 등을 사용한 채소요리를 먹는다. 채소요리 다음으로는 고기나 생선을 이용한 메인요리를 먹어 배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밥은 한두입만 먹도록 한다.
식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체내시간에 맞춰 먹는 식사는 비만 및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있다. 일어난지 2시간안에 고기, 생선, 달걀 등의 단백질원을 섭취하면 내장 속의 체내시계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하여 대사가 활성화되고 소비에너지량도 높아지므로 자연히 살이 빠진다.
따라서 아침식사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 같은 음식도 아침에 먹느냐, 저녁에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아침식사로 먹으면 살이 찔 가능성이 낮다는 게 모리 유카타의 주장이다. 이상적인 식사는 국 한가지에 반찬 세가지로 구성된 ‘정식스타일’이다. 흔히 3첩반상이다. 정식은 밥(주식)에 국(된장국), 생선, 채소조림, 버섯볶음 등으로 이뤄진 식단을 말한다.
저녁식사는 살찌게 하는 주원인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저녁에 2~3시간에 걸쳐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거나 튀김이 주를 이룬 안주를 섭취한 뒤 라면으로 마무리를 하거나 뷔페나 코스요리를 먹는다. 집에서 밥을 먹더라도 종종 후식으로 케이크나 과자를 먹고 잠을 자기도 한다. 이같은 식습관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지방의 합성을 촉진시키는 물질이 오후부터 늦은 밤사이에 늘어나서 쉽게 살이 찌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저녁식사에 비중을 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