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이 낮은 저칼로리 음료도 달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차세대 감미료를 CJ제일제당이 세계 최초로 대량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설탕이나 액상과당과 맛은 유사하면서도 칼로리는 극도로 낮아 ‘다이어트 콜라’ 등 전세계 식음료 시장을 공략할 길이 열린 셈이다.
14일 CJ제일제당은 차세대 감미료 ‘알룰로스’(Allulose)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첫 개발해 북미 지역 등 글로벌 음료·식품 회사에 공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맛을 내는 재료는 크게 설탕과 벌꿀·과즙에서 추출한 액상과당, 그리고 여러 식물 성분에서 각기 추출한 감미료 등 총 3가지로 나뉜다. 현재 연간 700억달러(76조원) 규모 전세계 당류시장에서 설탕이 80%, 과당이 10%를 차지하는 반면 알룰로스 같은 감미료 점유율은 5%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미료 시장 규모는 2011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늘며 매년 4~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감미료는 1900년대 초반 개발된 사카린을 비롯해 아스파탐 자일리톨 등으로 계속 진화했으며 가장 최근 발견된 게 바로 알룰로스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알룰로스는 건포도 무화과 밀 등에 액상 형태로 소량 존재하는 당 성분이다. 가장 큰 특징은 단맛은 설탕의 70% 수준인데도 1g당 칼로리가 기존 설탕이나 액상과당의 5%선인 0.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살찔 위험이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알룰로스는 극미량이어서 이를 대량으로 양산하려면 기존 액상과당에서 알룰로스와 똑같은 분자구조의 성분을 추출하는 길밖에 없었다. 이 양산 기술을 놓고 미국 일본 한국 등이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알룰로스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일본은 액상과당에 알칼리성 촉매제를 넣는 화학적 공법을 썼지만, 원재료 투입 대비 제품 생산 비율(수율)이 5%에 그쳐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CJ제일제당이 개발한 기술은 화학적 공법 대신 생물학적 효소를 활용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5000종 이상의 생물학적 균주를 사용해 과당을 알룰로스로 대량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 효소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측은 “미국에서도 효소 공법을 활용하긴 하지만 우리가 쓰는 효소와 달라 양산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에 자체 개발한 알룰로스 추출 기술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CJ는 올해 200t 규모 알룰로스를 생산한 뒤 내년부터 연간 2000t씩 생산해 오는 2020년에는 연간 매출을 7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단 CJ가 가장 집중하는 곳은 북미지역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나 펩시 등 대형 글로벌 음료업체들이 주로 액상과당을 이용해 음료를 만들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라이트’처럼 저칼로리 다이어트용 음료는 칼로리가 낮은 반면 그만큼 과당 투입량이 적어 단맛도 크게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알룰로스 같은 신형 감미료를 쓰면 맛은 설탕이나 과당을 투입할 때와 비슷하면서도 칼로리가 더욱 낮아 다이어트용 음료 개발에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룰로스 생산에는 과당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존 과당과 알룰로스를 섞어 쓰는 형태로 음료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다음달 초부터 북미지역 식품업체를 상대로 알룰로스 수출을 개시한 뒤 오는 10월 이후 한국 시장에도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식품업체 공급용과 별도로 일반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알룰로스 제품도 출시할 방침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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