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철수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내달 오픈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하기로 하는 등 분당 상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을 한달여 앞두고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K플라자 분당점에 입점해 있던 루이비통이 지난달말 매장임대 계약만료후 갱신을 않고 현대백화점 판교점 입점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형식상으론 루이뷔통이 AK플라자와 계약이 끝나 ‘방’을 뺀 것이지만 사실상 AK플라자에서 현대백화점으로 갈아탄 셈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중 하나로 거론돼온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루이뷔통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로 불리는 에르메스와 샤넬은 AK플라자, 롯데백화점 분당점 등 주변 대형백화점에는 아직 입점하지 않았다. 에르메스와 샤넬은 특급상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도에는 매장을 내지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따라 분당 상권에서 루이비통이 입점한다는 것은 서울에서 매장을 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분당상권에서 3대 명품 브랜드 중 유일한 매장을 보유하게 되는 만큼 대형 백화점간 자존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생겼다.
현재 국내에 23개 매장을 운영중인 루이비통이 AK플라자 대신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선택한 것은 철저한 시장조사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명품브랜드들은 브랜드 희소가치를 높이기위해 매장수를 정책적으로 제한하는 대신 배후지역 소비층, 상권 등 매출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매출극대화 효과를 노릴수 있는 곳에 입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루이뷔통 외에도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를 비롯해 인근 경쟁백화점들에 입점하지않은 보테가베네타 멀버리 발리 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브랜드들도 매장오픈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명품브랜드들이 판교점에 주목하는 이유는 8만7800㎡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롯데백화점 본점(7만㎡)을 제치고 수도권 백화점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판교점이 들어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일대는 내년에 성남~여주선 복선전철이 개통하고 2020년 개통예정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판교역도 들어선다. 지하철8호선도 연장될 예정이라 그야말로 사통팔달인데다 강남 진입에 20분이 채 안걸리는 요지다. 또한 판교점 건너편에는 판교알파돔시티 복합몰이 지하 7층~지상 13층의 규모로 들어서 이 일대가 초대형 복합쇼핑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같은 요인들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판교점이 3년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주력 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업계에서 연매출 1조를 넘는 점포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뿐이다.
판교점 오픈에 주변 유통 라이벌들도 긴장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 경기점(죽전역)은 다소 떨어져 있지만, AK플라자 분당점(서현역)이나 롯데백화점 분당점(수내역)과는 불과 3km 거리라 고객층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교점에는 타임 마인 시스템 등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인 한섬의 대표 브랜드들이 총망라해 입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샵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새롭게 시도되는 트래블존에는 쌤쏘나이트, 만다리나덕등 50여개 브랜드가 입점하고, 라이프스타일·체험 존에는 가죽공방, 티테라피, 자연주의 여성복·리빙브랜드 이새 등이 선보인다. 보통의 층별구성과 달리, 수입의류와 함께 구두·가방, 트래블 브랜드등 잡화류가 한 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도 판교점에는 이탈리아 푸드마켓 이틀리가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한다. 1,930㎡(600평) 규모로 선보일 이 매장은 지난 10월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문을 연 프리미엄 식료품점 ‘펙(PECK)’보다도 월등히 큰 규모( 830㎡, 약 250평)이다. 2007년 토리노에서 설립된 식자재매장 이틀리는 식료품점과 식당이 결합된 그로서런트(그로서리+레스토랑)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얼마전 오픈한 일산 킨텍스 이마트타운 피코크키친에 벤치마킹해 적용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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