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주문시 현금 5000원, 6번 주문시 현금 1만5000원을 드립니다.”
서울 노원구의 30여개 배달전문 음식점들이 모여 만든 전화번호 책자의 문구다.
제공되는 현금 혜택 액수는 파격적으로 보일 만큼 높다. 1만2000원 이상 3번 주문했을 때 5000원, 6번 주문했을 때 1만5000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매출의 13~2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 업체들이 현금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내건 것은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에 지쳤기 때문이다. 배달앱 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느니, 차라리 고객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쪽을 택한 것이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올 경우 이들 업체가 내야하는 수수료는 건당 6.6~17.6%에 달한다. 배달앱을 통해 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면 최대 176만원을 수수료로 내야하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도 부담해한다.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는 상단 자리에 ‘프리미엄’, ‘울트라콜’ 등의 이름을 붙여 광고할 경우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매달 최고 7만7000원의 광고비를 내야 한다. 회원사로 등록하고도 다른 업체들에게 묻히지 않도록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한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N치킨 업체의 사장은 “배달앱을 통한 주문은 10~15% 정도의 수수료가 건마다 부과돼 출혈이 크다”며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는 손님이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현금 제공 동맹에 참여한 S분식 업체 사장은 “아직은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더 많지만, 현금 제공 혜택에 대한 문의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남명우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배달앱 업체들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무기 삼아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양심적인 수수료를 거둬가면서도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업체가 나타난다면 배달앱이 언제까지 배짱 장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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