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전기차 판매를 늘려 한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만 뿐만 아니라 한국을 전기차 연구개발(R&D)·생산 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한국인들의 짧은 일일 주행거리, 교통체증이 잦은 도심주행 여건,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 한국 전장부품사들의 기술 우위 등의 여건에서 한국시장이 향후 전기차의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르노닛산은 올해 우리나라에 르노의 1~2인승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도입해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근거리 이동용 전기차인 트위지는 기존 자동차의 영역을 파괴하는 혁신차량으로 지난 2012년 출시돼 유럽에서만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유럽 지역에선 카쉐어링(차량 공유 서비스)과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 근거리 소매물류 운송차량으로 이용되고 있다.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지역에서는 이미 길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르노닛산은 ‘배기가스 제로’를 목표로 전기차에 매진하는 완성차 회사로 유명하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가 확산되기 전까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다양한 차량을 내놓고 있는 반면 르노닛산은 이런 타협 없이 전기차로 곧바로 돌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닛산은 이미 지난 3월까지 전 세계에서 전기차 리프를 17만2000여대 판매했다. 리프는 2010년 말 출시된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다.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항상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배터리의 효용과 수명 등이다.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처음에만 잘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리프는 지금까지 17만대가 판매되도록 배터리 고장은 한 건도 없었고 미국 고객 91%가 재구매를 희망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도 높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닛산은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뛰고 있다.
한국GM도 최근 순수 전기 배터리로만 8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전기차‘볼트’를 내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은 주행거리가 50~60km내외였지만 볼트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해서 주행거리연장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라고 불린다.
지난 1월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차세대 볼트는 전기 배터리와 엔진이 가동하는 일반 주행까지 합하면 주행거리가 최대 676km에 달한다. 기존 PHEV차는 배터리가 부족할때 휘발유/디젤 등의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반면 볼트는 배터리에 축적된 에너지가 20% 이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 가동 없이 운행된다. 내연기관은 배터리가 부족할 때 발전기로 사용된다. 볼트가 내연기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 전기차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 외부충전이 가능한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의 배터리는 같은 용량에서 어떻게 출력을 높일지가 고민이었다. 반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같은 용량에서 얼만큼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대차는 그러나 이 두가지를 양립하는 기술로 동급차종에서 가장 긴시간으로 파워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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