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과민성방광 환자들이다. 과민성방광은 방광의 감각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자주 가고,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질환이다. 하루 소변 횟수가 8회 이상이거나 수면 중에 2회 이상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난다면 과민성방광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과민성방광 증상으로는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밤에도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는 야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가 힘든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흘러버리는 절박성요실금 등이 있다.
과민성방광은 18세이상 성인의 경우 12.7~30.5%, 즉 600만명이 앓고 있다. 하지만 치료까지 가는 사람은 27.5%에 그치고 있다. 10명중 7명은 그냥 참고 지내는 셈이다. 과민성방광은 여행이 어려울 정도로 소변을 자주 볼 수밖에 없어 삶을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최근 들어 환자의 행동 반경을 옭아메는 과민성방광의 수술치료에 얼굴과 눈가 주름에 사용되고 있는 보톡스가 활용돼 주목받고 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균을 정제하여 시술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1981년 인체에 처음으로 사용된 이래 안검경련, 눈가 주름, 안면경련증, 운동과다증, 근육비대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과민성 방광염의 보톡스 치료는 주로 중추신경 및 척추손상,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을 앓아 소변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행동치료 및 약물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원리는 내시경을 요로를 통해 방광 안으로 삽입해 방광 표면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것이다. 보톡스용량은 1cc씩, 깊이 2mm, 1cm간격으로 20~30곳을 찔러 보톡스를 주사한다. 보톡스주사로 얼굴 주름을 펴듯이 방광표면을 펴주고 근육을 탱탱하게 만들어 방광용량을 확대하여 절박뇨를 억제하는 것이다. 보톡스시술 가격은 약 30만원이며 10개월마다 맞아야 효과가 지속된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과민성방광에 보톡스시술이 이뤄져왔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시술환자 10명중 7~8명이 만족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보톡스시술은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부천성모병원 등을 비롯한 대학병원에서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보톡스시술은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논의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부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