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기본 사양 모델 안팔려요. 중소형차라도 최고급 사양 갖춰야 팔립니다.”
지난달 국내 첫 선을 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라인업 S클래스 마이바흐. 대당 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달새 110대가 새 주인을 만나 신규 등록을 끝마쳤다. 계약 대수는 등록 대수의 세 배 가까이 되는 280대를 넘어섰다. 지금 당장 계약한다 해도 몇개월을 대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차 가격이 최소 2억5000만원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럭셔리카 벤틀리도 우리나라에서 매달 40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 지금 차를 계약한다 해도 제작기간만 1년 이상 걸리는 슈퍼카 페라리에도 매달 주문이 밀려든다. 계약 후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일본에서 중간중간 이벤트를 마련할 정도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다고 하지만 사실 초고가 차량은 더 잘 팔렸다. 수입차 베스트셀러는 단일 차종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폭스바겐 티구안 등 대중적인 차량이 매달 베스트 셀러를 차지하지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 모델별로 치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S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이 늘 1~3위권을 다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중소형 모델인 A,B클래스 차량을 내놓고, BMW가 1,2시리즈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차는 고가의 S클래스, 5시리즈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차들은 중소형차라도 최고급 사양을 갖춰들어온다. 아우디는 최근 SUV 차량 Q3 신모델을 도입하면서 프리미엄 차량에만 도입하는 스포츠시트를 Q3 3종 모델에 장착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포츠시트가 없는 모델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사양이 잘 팔리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수입차업계의 한 대표는 “보통 신차가 나오면 사양에 따라 2~3개의 트림(종류)가 나오는데 한국시장에서는 하위트림은 거의 안 팔린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시장에서는 중소형차라도 최고급 사양을 갖춘 상위 트림 위주로 판매되는 굉장히 특이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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