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어떤 면역 체계가 암세포와 싸울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3세대 암 치료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다. 최근 국내에서도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암 치료제로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인체의 본래 면역 능력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들이 최근 잇따라 허가를 받았다. 이 의약품들은 정부와 가격 협상을 거쳐 곧 출시될 예정이다.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는 기존 수술과 방사선, 항암 치료처럼 고통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획기적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암제를 투여받은 암환자들은 오한, 구토, 통증, 감염, 탈모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중고통을 겪곤 했다. 독성 화학 성분에 의존한 치료제인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항암제 치료로 인해 강력한 내성이 생기고, 유전자 변형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암 정복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이때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다. 인체 면역 체계는 몸 속에서 발견되는 모든 물질을 추적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면역 체계가 바로 공격에 나서는데 이게 면역 반응이다. 1996년 제임스 엘리슨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를 필두로 많은 회사들이 면역치료제 개발에 돌입했고 최근 몇몇 회사들이 성과를 내놓고 있다.
면역 반응에 따라 정상적 몸은 증식하는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한다. 암세포도 일종의 방어 단백질(PD-L1)을 생성해 면역세포(T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 싸움에서 밀려 몸의 면역체제가 무너지면 팽팽한 균형 상태가 깨지면서 암세포가 급격히 증가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개발된 면역 항암치료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방해하기 위해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과 면역세포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차단시킨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종양세포를 보다 잘 인식하고 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면역항암제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흑색종 치료제 키트루다(MSD), 옵디보(BMS·오노약품), 여보이(BMS·오노약품) 등 3가지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암 조직이 발현하는 이상물질 작용을 차단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직접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은 아직 진행형이다.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2년 이상 생존하고 있지만 임상연구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얼마나 더 투약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표적항암제와 달리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늦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부작용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방 교수는 “면역 기능이 증가함에 이와 관련된 폐렴, 장염, 간염, 뇌하수체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면역항암치료가 기존 치료들과 병행되면서 앞으로 중요한 치료 기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예상에는 큰 이견이 없다. 국내 업체들도 면역 항암 치료제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십자셀은 병원에서 환자의 혈액을 채혈해 면역세포를 분리해 대량 증식시킨 후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간암 치료제인 ‘이뮨셀-LC’을 개발해 추가 임상시험을 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아냈다. JW중외신약 자회사 JW크레아젠도 환자 본인의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간암을 치료하는 면역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임상을 진행중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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