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과 녹십자가 최근 불거진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사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와 감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보내며 촉발된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동제약은 17일 녹십자가 전날 보낸 공문에 대해 "적대적 M&A 의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원론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직접적인 대답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일동제약은 오는 26일 이사회에 앞서 녹십자 경영진과의 만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녹십자의 주주제안건을 주주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기 전에 적대적 M&A 여부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은 "허 회장 또는 허 회장의 뜻을 대리할 수 있는 경영진과의 만남을 원한다”면서 "이사회 이전에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녹십자는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며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협력 기회와 협업을 모색해왔으나 어떤 사업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전달한 공문에는 적대적 M&A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문 공방'이 계속됨에 따라 양측은 다음 달 일동제약의 주총에서 이사 선임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일동제약 지분은 윤원영 회장 등 최대주주가 32.52%, 녹십자 등이 29.36%, 기관투자자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이 10.00%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윤 회장 측과 녹십자의 지분율 차이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사 선임안은 참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되기 때문에 피델리티와 다른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에 서는 지가 관건이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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