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을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존 프랑스나 미국, 칠레 대신 호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등 신흥 산지 와인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겨울에 데워 먹는 글루바인 등 단발성 시즌 와인을 비롯해 스파클링 와인과 저용량 와인 등 형태와 크기가 다채로운 제품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일단 산지 다양화가 최근 수입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매일유업의 와인수입 계열사 레뱅드매일은 올해 첫 와인으로 남아공산 '더 그레이프 그라인더'를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남아공 슈냉 블랑 지역에서 재배한 이 와인은 기존 제품과 달리 커피(모카)와 복숭아향 등 다양한 향을 배가시킨 게 특징이다.
기존 와인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구대륙 중심 산지에서 많이 수입된 반면 최근 와인은 호주와 남아공을 필두로 신대륙 지역에서 대거 건너오고 있다. 특히 이들 신대륙 와인 제품 이름은 복잡한 명칭의 산지 대신 포도 품종 중심으로 간명하게 붙여지고 있어 와인 신규 입문자들이 이름과 맛을 기억하기에도 좋다.
레뱅드매일 관계자는 "과거엔 40~50대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와인 소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도 와인 소비를 크게 늘리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은 신대륙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는 호주 와인이 무섭게 치고 들어올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호주산 와인에 붙던 15%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와인수입업체들은 그같은 수입국 다변화로 인해 올해 가격 할인 등 예년보다 더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이달 1일부터 옐로 테일, 펜폴즈 등 호주산 와인 4개 브랜드의 100여 개 제품 공급가격을 평균 10% 낮췄다. 이로써 롯데주류에서 수입하는 호주 와인 공급가격은 제품별로 8~15% 정도 낮아졌다. 대표적인 호주 와인인 펜폴즈 쿠눈가힐의 가격은 그동안 대형할인점에서 4만5000원이었지만 이달부터 3만8000원으로 15.6% 인하됐다.
호주와 함께 인근 뉴질랜드 와인도 국내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아영FBC가 지난달 말부터 수입하기 시작한 '오이스터 베이'는 이름 그대로 생굴(오이스터)과 궁합이 잘 맞는 와인이다. 냉장 보관 후 굴과 함께 먹으면 더욱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외국에서 인기가 높으며 지난 2011년 G20 정상회의 특별만찬 때 공식 와인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한 젊은 소비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독특한 형태의 와인도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 겨울철 각광 받는 글루바인(Gluhwein)이 대표적이다. 독일어로 따뜻한 와인을 뜻하는 이 제품은 술이면서도 감기 예방이나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출시된 '슈테른탈러 글루바인 레드'는 독특한 시나몬 향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차인 수정과를 연상시켜 국내 소비자들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탄산수 인기로 촉발된 탄산 열풍이 와인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스푸만테' '반피 로사리갈' 등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은 초콜릿·마카롱과 함께 곧 다가올 밸런타인데이 주요 선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에 애어 올해 다시 한 번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연도별 와인 수입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총 1억8238만6000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와인수입업체 아영FBC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엔 유명하다고 소문난 와인만 마셨지만 요즘은 선입견 없이 일단 마셔보고 자기 입맛에 맞으면 좋은 와인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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