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실적이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은'형님' 현대자동차보다도 더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글로벌 판매량(304만대)을 기록했지만 원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 등 '환율 쇼크'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2014년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2013년)보다 무려 19.0% 하락한 2조5725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0년 2조4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4년만에 최저치다.
영업이익률도 전년의 6.7%에서 5.5%로 1.2%포인트 낮아졌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21.0%, 21.6% 감소한 3조8163억원, 2조9936억원을 기록했다.
'아우' 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형님'격인 현대차보다 더 처참했다. 영업이익 하락폭만 비교해도 현대차(9.2%)의 두 배 수준이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 비중이 현대차보다 많은 만큼 환율 변동에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지난해 연간304만1048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47조9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생산·판매 300만대를 돌파했다. 매출액은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기준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전년도보다 1.1% 줄었다.
기아차 측은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환율 변동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41원 하락(1095원→1054원)했으며, 러시아 루블화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는 등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판매 비중이 높은 러시아 경제 위기가 덮친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 11조7019억원, 영업이익 500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3%나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는 올해 역시 금융시장과 신흥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엔저 기조가 계속되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경영 방침을 내실경영 강화, 기업체질 개선으로 잡고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연간 315만대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러시아 시장이 올해도 불황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지 생산 차종인 프라이드(현지명 : 리오) 판매에 집중하고 러시아로 향하는 국내 수출 물량을 타 지역으로 전환함으로써 현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에도 '제값 받기'를 통한 내실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환경 변화에도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오는 2016년 완공 예정인 멕시코 공장 가동, 중국 3공장 15만대 추가 증설 등을 통해 성장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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