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6년 5329명이던 중증 COPD 환자가 5년 만에 1만 1071명으로 무려 119.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증 COPD 환자는 16만 5792명에서 17만 4106명으로 5% 증가했다. 전체 COPD 환자 중 중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6년에는 3%였지만, 2010년에는 6%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COPD로 목숨을 위협받는 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COPD가 2020년 세계 주요 사망원인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4대 만성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COPD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세계에서 한해 약 3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중현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보위원장)는 "COPD 환자의 90% 정도는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화 단계로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COPD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향후 심한 중증으로 발전하게 될 뿐만 아니라 호흡기계의 영역을 넘어 각종 심혈관계 질환, 골다공증, 전신쇠약 등을 동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COPD는 우리가 호흡할 때 공기가 지나는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 어려워지는 호흡기 질환이다. 흡연과 대기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고령자 및 흡연력이 가장 큰 위험인자다. COPD는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지만, 관리는 미미한 실정이다. 질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COPD로 진단 받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COPD로 진단 받은 환자 중 단 2.1%만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2012 국민건강영양조사)
COPD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도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폐의 기능이 50% 망가져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만성적인 기침이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지만 점점 지속적으로 변하며 잠자는 중에도 기침이 계속된다. 가래는 주로 아침에 기침과 함께 배출되는데 양이 적고 끈끈하다. COPD는 아침에 기침이 심해진다는 점에서 주로 증상이 밤에 악화되는 천식과 구분된다.
COPD는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진단은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특히 흡연자일수록 정기검진 시, 폐 기능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질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 폐기능 검사는 폐활량 측정을 기본으로 폐의 용적과 확산 능력 등을 측정한다. 폐기능검사의 소요 시간은 개인에 따라 약 5~20분 정도 소요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