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희귀 난치성 중증질환인 장간막림프관 확장증을 앓고 있는 여성환자에게 고난도 수술로 꼽히는 소장이식을 성공했다. 특히 이 환우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소장이식은 국내에서 처음이자 세계 두 번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이명덕, 장혜경(소아외과), 김지일(혈관이식외과), 김상일(감염내과) 교수팀은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앓고 있는 환자 김모(28)씨에게 뇌사자의 소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임상성과를 거뒀다고 1일 밝혔다.
장간막림프관은 우리가 음식으로 먹은 영양소가 흡수되어 몸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확장증은 태아의 신체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림프관 발달에 이상이 생겨 창자와 장간막에 분포하는 실핏줄처럼 가늘게 구성되어야 할 림프관이 확대되고 흐름이 차단되어 정체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년간 정체되면 복벽 자체의 기능을 잃어버려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염증을 일으킨다. 또한 이 질환으로 림프관 일부는 복강으로 다른 일부는 창자의 점막을 통해 림프액이 새어나간다. 결과적으로 림프성 복수가 복강에 아주 많이 차고 창자로는 혈장성분과 비슷한 진액이 창자를 통해 대변으로 흘러나간다. 특히 알부민 등 대량의 혈장단백질이 유실되는 단백유실성창자병을 동반하게 된다.
이씨를 집도한 이명덕 교수는 대부분의 단백질 유실이 소장과 대장에서 이뤄지고 장간막에서 누출되므로 소, 대장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즉 공장 10cm와 항문-직장 15cm만 남기고 중간의 창자는 모두 절제한 후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연결했다.
뇌사자의 장기는 소장은 거의 대부분 포함되었고 대장은 우결장까지 이식했지만 김 모씨가 수술을 받고 식이를 하는데 충분한 길이였으며, 기능도 매우 좋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예상했다. 수술은 16시간이 걸린 대 수술이었다. 소장이식 자체가 혈관을 문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유착되고 상당히 어지럽혀진 창자 전체를 절제하고 이식 창자와 연결하는 곳도 여러 군데였다.
장루를 만들고 위장관에 여러개의 튜브를 설치했으며 당겨 붙이기 힘든 장간막에 이어주는 등 과정이 복잡했다. 또한 운동성이 큰 창자가 꿈틀거리다가 돌지 않게 자리를 잡아줬다. 소장이식은 다른 장기이식 수술처럼 어느 혈관만 이어주면 된다는 정해진 술식이 없고 현장에서 결정하고 복강 내 상황에 따라 변형해야 할 때가 많다. 특히 복잡한 과정 중에 어느 한 곳이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수술이 실패하기 때문에 집도의 이명덕 교수는 기나긴 수술 시간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명덕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환자가 한 달 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덕 교수는 "의사경력 30년 이상이지만 말로만 듣던 환자를 처음 봤다"며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약 2000명이상의 소장이식 사례는 있었으나 김 모씨가 앓고 있는 장간막림프관확장증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3년전 세계학회에 보고된 유일한 1례가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