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준성 씨(38)는 아침 출근 준비 때 세안 후 바르는 화장품이 무려 6개다. 일단 화장솜에 스킨을 묻혀 얼굴을 닦아낸 뒤 로션과 에센스, 아이크림을 바르고 마지막은 BB크림과 선블록으로 마무리한다. 황씨는 "각종 기능성 스킨케어를 이용하면 확실히 피부 빛깔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여러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국 남성의 화장품 사랑이 수치로 증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한국 남성의 1인당 스킨케어 소비 지출이 세계 1위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WSJ이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의 최신 자료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남성 스킨크림과 로션, 미백화장품에 지출된 금액은 총 33억달러(3조3600억원)였으며 이 가운데 65%가 아시아에서 나왔다. 서유럽과 북미는 각각 21%와 9%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남성들의 소비가 9억7380만달러(1조원)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한국이 6억3500만달러(6500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남성 1인당 스킨케어 비용 지출에서는 지난해 한국이 평균 25.3달러(2만5800원)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2위를 차지한 덴마크보다도 3배 이상 많은 액수라고 WSJ은 전했다.
특히 그 이유에 대해 WSJ은 가수 비를 비롯한 여러 남자 연예인이 스킨케어 제품을 광고하면서 한국 일반인들도 남성 화장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겨울이 춥고 건조한 데다 여름은 덥고 습한 한국의 기후적 특성도 한국 남성들을 화장대 앞으로 불러세운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 역시 인정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작년 즈음부터 한국 남성의 화장품 소비가 세계 1위 수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기능성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남성용 제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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