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데일 손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 대표는 법정 증언을 통해 "삼성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지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했기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손 전 대표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소재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22억달러 규모의 특허 소송 공판에 처음 출석해 삼성전자가 이통사와의 공동 마케팅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의 성공은 애플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0년 10% 안팎이었으나 2012년에는 30%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놀라운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애플이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때 기존 피처폰에 비해 비싸고 AT&T가 단말기를 독점 공급했기 때문에 틈새(niche)제품으로 여겼으며 아이폰이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했으나 삼성에게 경쟁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손 전 대표는 이어 "그러나 지난 2011년 초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크게 뒤처지는 우려스러운 조짐이 나타났고 그래서 2년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 변화에 대해 그는 "브랜드 인지도에서 소비자를 직접 목표로 삼기보다 주요 이통사와의 관계에 치중하는 도매(wholesale) 전략을 채택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삼성 브랜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삼성은 소매업자와 손잡고 매장안에 삼성 제품만을 취급하는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제품 출시를 전후해 한시적으로 내보내던 광고를 1년 내내 계속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삼성은 지난 2012년 말 미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선호하는 브랜드로 변모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애플 측은 삼성이 제품 사용을 쉽게 하기 위해 애플의 소프트웨어 특징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한편 손 전 대표가 지난 2012년 4월 직원에게 전달한 '애플 타도는 더이상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전략이다'는 내부 메시지를 제시했다.
애플 변호인들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는 관념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다고 한 삼성 경영진의 내부 이메일 내용도 배심원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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