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자유의 가치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되기까지…도서 『자유의 길』外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미국 정부가 기업과 소수 특권층의 자유를 키운 결과 사회 전체의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신자유주의
『자유의 길』

지난 2009년 미국 정부는 전기차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기업 테슬라에 거의 5억 달러(약 7,120억 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대출해줬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전례 없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머스크에게 각별한 지지를 보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 역시 이와 비슷하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시장근본주의를 내세운 우파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가 기업과 소수 특권층의 자유를 키웠고, 그 결과 사회 전체의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오늘날 자유라는 가치가 어떻게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됐는지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시민 다수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확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해 고찰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민주주의와 사회적 결속, 신뢰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의 기능마저 약화시켰다. 늑대의 자유는 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총‧칼보다 강력한 균의 세계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조너선 케네디 지음 / 조현욱 옮김 / 아카넷 펴냄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에서 글로벌 공중보건을 가르치는 저자는 신석기 시대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미생물이 5만 년 지구 역사에 끼쳐온 영향을 파헤친다. 인간이 미생물의 세계를 발견한 건 17세기 초다.
갈릴레오는 당시 막 발명됐던 망원경의 렌즈 순서를 바꾸면 아주 작은 사물이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50년이 지나 네덜란드의 직물상이자 과학자였던 안토니 팍 레이우엔훅이 상품 품질을 검사하려고 렌즈를 들여다보다 자연 세계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북적거리고 있는지 기록을 남겼다. 19세기 후반 파스퇴르는 발효·부패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저자는 인간 종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우월성이 아닌 균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많은 학자는 기원전 7만~3만 년 사이에 호모사피엔스가 ‘인지 혁명’을 겪고 뛰어난 지능을 바탕으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호모사피엔스가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살다 대륙 밖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면역 체계를 획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글 송경은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0호(25.05.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