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의 부담감과 기대감 그 사이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뚜껑을 연 지 두 달여가 되었다. 시즌 1은 1년 내내 시끄러웠던 듯한데, 시즌2는 상대적으로 열기가 빨리 가라 앉은 듯하다. 오는 6월 시즌 3가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 확장의 기폭제이자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불꽃이 된 ‘오징어 게임’ 시즌 1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 1은 대한민국의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되었다. 심지어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 중에서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수와 시청 수를 기록한 작품이 되었다. 2022년 에미상 14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했고, 그중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3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내 생전 놀라운 광경을 두 번 보는 셈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제는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에서 한국 작품이 수상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게 그토록 난리 날 콘텐츠는 아니지 않나?’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가 해외의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였나 보다. 생전 처음 접하는 놀이 문화가 살육전의 소재로 사용된다는 점이 신선한 쾌감을 전했던 모양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 이전에 넷플릭스를 OTT의 선두로 끌어올린 시리즈는 바로 ‘기묘한 이야기’였다. 2016년 첫 시즌은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리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구축해둔 기묘한 세계를 다시금 경험케 하는 놀라운 다크 판타지를 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 2의 숙소 세트장(사진 넷플릭스)
시즌 1의 맥락을 이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무게감‘기묘한 이야기’는 ‘오징어 게임’ 이전 최고의 신드롬을 만들어낸 엄청난 시리즈로 등극했다. 시즌을 거듭하며 많은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굿즈도 만들었다. 아마도 패션 신에 IP(지식재산권)를 가장 많이 팔아먹은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HBO가 제작한 ‘왕좌의 게임’이 있었다. 2011년부터 2019년 사이 5개의 시즌을 선보였다. OTT 플랫폼보다는 케이블 TV였던 HBO를 통해, 또 해외의 판권 판매를 통해 소개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 주목의 바통이 건네지기 전에 2019년부터 시작된 ‘브리저튼’이라는 시리즈도 존재했다. ‘왕좌의 게임’이 조금 더 남성 시청자들에게 영향력을 가졌다면, ‘브리저튼’은 여성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전 세계를 강타한 시리즈가 되었다. 모든 시리즈가 미국의 거대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7년 첫선을 보인 스페인 산 시리즈 ‘종이의 집’ 역시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2010년께부터 전 세계적 아이콘으로서의 시리즈들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4배 커진 제작비…IP 비즈니스 수익은 커져
사실 많은 이들이 시즌 2가 과연 시즌 1의 영광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사실 음반 산업의 경우 이러한 속설이 거의 다 들어맞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는 앞선 성공의 부담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무게감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할리우드를 살펴볼 때, SF 호러 장르로서 지금까지도 스핀 오프 작품이 계속 등장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2편이 통념을 깬 예외적 작품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편이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면,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은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저예산 영화였던 ‘터미네이터’의 속편을 블록버스터로 제작했고, ‘터미네이터 2’는 전 세계적 흥행을 일궈냈다.

이런저런 혹평이 분명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각 국의 차트 1위를 꿰찼다. 그러나 그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 차트에서도 벌써 다른 작품에게 1위를 내줬다. 그럼에도 시즌 2는 전편보다 더 많은 IP 비즈니스를 이뤄냈다. 패션을 비롯해,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 시리즈와의 협업 제품들이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분명 전편(253억 원)에 비해 4배 정도 커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비즈니스를 통해 그 가치 이상은 거둬들였다고 보인다.

배우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 (사진 넷플릭스)
시즌 3, K-콘텐츠의 부활의 불씨가 되기를서사 면에서 시즌 2는 이도 저도 아닌 난항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일단 시즌 3를 위한 교두보적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1편이 준 신선함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산업적인 것보다는 신드롬적 측면에서의) 실패는 비단 여기에만 한정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오징어 게임’의 대폭발로 인해 K-팝에 이은 K-콘텐츠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었다. 2021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한국 시리즈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확인해보면 금세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만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시리즈는 탄생하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의 주역 배우 이정재의 출연료도 가장 큰 이슈거리였다.
감독이나 배우의 개런티뿐만 아니라, 스태프 비용도 굉장히 비싸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러다 보니 OTT 입장에서도 감수해야 할 위험도가 커진 셈이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 편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TV 방송사는 돈이 되지 않으니 점차 편성을 줄인다. OTT 역시 적은 예산으로 크게 흥행할 가능성이 있지 않다면 제작을 꺼리는 편이다.

“한 시리즈가 잘 됐다고 그 산업 자체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경기 침체로 영화 제작 신 전체가 침체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니 오는 6월 27일 공개를 밝힌 부디 ‘오징어 게임’ 시즌 3가 그 화려한 불꽃의 서막이 되어 K-콘텐츠 붐을 아무쪼록 계속 이어나가 주기를 바란다.”

아쉬운 일이지만 요즘 많은 제작 스태프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한다. 아주 잘나가는 톱 티어 스태프(촬영, 조명, 미술, 연출 등등)가 아니면 생계를 위해 ‘투 잡’을 뛴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배달업을 하며 다음 작품이 들어오길 기다린다고도 했다. K-콘텐츠 제작의 전성시대가 퇴보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들은 계속 이런 식이면 암흑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몇몇 작품이 잘 되고 있다고, 그 산업 자체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오징어 게임’ 시즌 3가 그 화려한 불꽃의 서막이 되어줬으면 한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0호(25.03.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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