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대통령의 단짝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트럼프가 가장 아쉬울 때 2억 명의 팔로우를 가진 머스크는 그의 X(구 트위터)계정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유도했고, 트럼프의 대선자금이 부족해진 순간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700억 원)를 기부, 투자 등을 통해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서부 테크기업의 트럼프 지지를 이끌어냈다.
#1 일론 머스크의 재산이 600조 원을 돌파했다. 작년 12월 11일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417.85달러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일생일대의 대도박인 ‘트럼프 올인’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재산 가치는 4,392억 달러, 한화로 628조 4,074억 원으로 개인 재산 600조 원을 달성한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이는 세계 부자 순위 2위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 2,440억 달러, 353조 원의 약 2배이다.
#2 테슬라와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의 인생은 2024년 11월 4일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캠페인에 2억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당선 이후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1등 공신이 되며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는 최측근이 되었다. 미국 정계에서는 머스크를 ‘퍼스트 버디First buddy, 대통령의 단짝’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일론 머스크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정재계 인사들은 머스크의 X계정에 구애성 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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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그런데 트럼프 진영 내에서 ‘내전’이 벌어졌다. 바로 국가별 쿼터가 정해진, 전문직종 종사자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 때문이다.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대개는 연장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이 비자가 미국 노동자들의 직장을 뺏는 데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X에 “H-1B 비자로 외국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미국이 계속 승리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반대론자와 전쟁할 각오도 돼 있다”고 밝히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H-1B 비자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일론 머스크는 모든 고민거리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바로
‘트럼프의 신뢰와 정부효율부 수장’이다. 이는 머스크에게 거의 ‘만능 열쇠’이다. 머스크는 효율을 앞세워 규제 완화, 전국 단위 승인 정책, 승인 조건 완화 등을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신뢰와 정부효율부 수장’이다. 이는 머스크에게 거의 ‘만능 열쇠’이다. 머스크는 효율을 앞세워 규제 완화, 전국 단위 승인 정책, 승인 조건 완화 등을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테슬라 최고경영자, 솔라시티 회장 등이 일론 머스크의 직함이다. 그는 전기차, 자율주행, 우주개발, 로봇산업, AI 등 전방위적으로 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페이팔 전신인 X.com, 최근 6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xAI, 우주를 인공위성으로 뒤덮은 스타링크 등 그가 관여하지 않는 테크산업은 거의 없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바쁜 CEO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직함이 생겼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초대 수장이다. 일론 머스크는 관료주위 해체, 규제 철폐, 공무원 인력 감축 등을 이미 공언했다. 이를 통해 일론 머스크는 정부 지출을 약 2조 달러나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X계정(2억 명 팔로우 보유)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유도했고, 트럼프가 대선자금이 부족해진 순간 2억 5,000만 달러, 3,700억 원을 지원했으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서부 테크기업의 트럼프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공을 세우면 상은 주어지는 법. 머스크는 트럼프의 곁을 지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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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AI부문 수석정책 고문, 인사관리국 국장 두 명 모두 머스크와 가까운 스리람 크리슈난과 스콧 쿠퍼가 임명되었다. 또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업한 켄 하워리는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에, 또 페이팔의 데이비드 색스 최고운영책임자는 AI와 가상화폐에 전권을 쥐는 자리에 임명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른바 ‘머스크 사단’이 자리잡았다.민주당에서는 ‘머스크 대통령, 트럼프 부통령’, ‘머스크 하원의장’이라는 말로 두 사람의 관계에 틈을 노리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 난 똑똑한 사람을 옆에 두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트럼프의 머스크에 대한 신뢰는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려는 트럼프의 성향상 언젠가는 트럼프가 머스크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 정계에서 일론 머스크는 거의 ‘2인자급’ 인물이 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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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주-스페이스X, 테슬라, xAI 일론 머스크는 왜 트럼프에 올인했을까. 그것도 민주당 지지자였고 2024년 초만 해도 트럼프에 대해 반감을 공식적으로 표출했던 머스크가. 트럼프와 머스크는 세 가지 관점에서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먼저 ①노조이다. 노조 친화적인 민주당에 의해 그간 머스크의 테슬라는 전기차 추가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조가 있는 회사에 기본 7,500달러에 4,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노조 혐오증이 있는 머스크의 테슬라는 자연히 경쟁력에서 타 회사에 뒤떨어진다.
②불법 이민 문제도 있다. 머스크는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투표권을 줘서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지면, 이제 미국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끝’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민주당이 강한 캘리포니아 주 일부에서 머스크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머스크의 주장은 보수우파의 생각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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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③트랜스젠더 문제이다. 머스크의 아들 윌슨 제비어 머스크는 2022년 성전환수술을 하고 여성이 되었다. 그리고 아빠의 성을 버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 비비안 제나 윌슨이 되었다. 머스크는 “나는 본질적으로 아들을 잃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성전환한 남성이 여성의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트럼프가 공약으로 채택한 것에 머스크는 찬성했다. 이런 문제들에 더해 세금, 규제 탓에 머스크는 점점 민주당이, 그리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캘리포니아가 싫어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집과 테슬라 본사, X와 스페이스X의 본사도 모두 텍사스로 옮겼다. 이로써 그는 민주당, 진보와 멀어지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가 된 것이다.머스크는 사업가이다. 이는 무엇보다 ‘돈’이 먼저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머스크의 미래 전략은 세 가지다. 테슬라를 통한 완전자율주행, 로봇과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 xAI를 통한 AI생태계 구축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업 모두 규제가 많다. 오죽하면 머스크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주별로 승인을 받는 것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전국 단위의 승인이 중요한 데 만약 정부효율위원회가 생긴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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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로봇택시는 운전자 없는 100% AI 자율주행으로 ‘교통수단의 혁명’으로 불린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자율차 규제 하에서는 이를 수 없다. 스페이스X 역시 정부의 규제와 감시에서 독자적 행보를 하기 어렵다. 현재도 세금, 발사 횟수 등에서 정부와 이견이 있고 스타링크 확장은 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 xAI의 AI 사업도 그간 시장에서 앞서는 오픈AI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간접인 도움이 필요하다.일론 머스크는 이 모든 고민거리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바로 ‘트럼프의 신뢰와 정부효율부 수장’이다. 머스크는 효율을 앞세워 규제 완화, 전국 단위 승인 정책, 승인 조건 완화 등을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파괴적 창의와 혁신으로 포토폴리오를 완성한 일론 머스크. 단지 ‘돈으로 권력을 샀다’고 그를 비하하거나, 매도할 필요는 없다. 그의 놀라운 창의력과 혁신의 과감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은 단지 머스크 혹은 미국만의 미래가 아닌 인류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6호(25.0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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