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양한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 공연은 여러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 됐으면 했습니다."
가수 박정현이 3년 만에 위로와 공감으로 가득 채운 단독 콘서트 '지금'을 개최했다. 마곡 LG아트센터 서울에서 19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공연의 3일차, 21일 공연은 특히 대면 공연에 완벽 적응한 가수와 관객들의 호흡이 돋보였다.
박정현은 "첫날 공연에서 '이 분위기가 뭘까' 싶기도 했는데 이제 파악이 됐고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저처럼 콘서트가 오랜만인 분들도 많으실 텐데 서툴게, 조용하게 콘서트를 보셔도 괜찮다. 정말 다행히도 서툰 느낌은 잠시일 뿐이니 저를 믿고 기대해달라"고 관객들과 소통했다.
첫 곡은 그의 데뷔곡 '나의 하루'. 구름 속에 있는 듯 몽환적 분위기의 배경 장막 앞에 자줏빛 셋업 수트를 갖춰입은 박정현이 등장했다. 그가 곡의 절정에서 가뿐하게 고음을 내지르자, 장막이 양 옆으로 걷히며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본 무대가 펼쳐졌다. 가을 갈대밭을 구현해 계절감을 강조한 무대는 올해 1월부터 4계절에 맞춰 곡을 선보이고 있는 박정현의 '포시즌스(4 Seasons) 프로젝트'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박정현은 이어서 '디엔드' '까만 일기장' '미아' 등을 연달아 불렀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첫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3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어떻게 보면 훅 지나간 것도 같다"며 "그 시간을 보내며 제일 많이 느꼈던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기억과 그리움에 대한 노래들을 들려드리겠다"고 소개했다.
음원 정식 공개를 앞두고 이번 공연에서 먼저 라이브로 선보인 신곡 '말 한마디'(작곡 황성제, 작사 박창학) 역시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 한마디에 대한 짙은 회한이 담겼다.
박정현은 "그리움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 그리움이 지금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주제인 '지금'에 대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 3년 만의 대면 콘서트...관객과 함께 완성한 무대
박정현은 발표 곡 중 고음이 돋보이는 발라드뿐 아니라 보사노바, 모던락 등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경쾌한 '달아요' '딱 좋아' '렛츠비어패밀리(Let's Be A Family)’ '하늘을 날다' '우연히' 등을 부를 땐 관객들도 박수와 기립, 환호 등으로 호응했다. 박정현은 관객도 곡에 참여할 수 있게끔 박자를 가르쳐준 뒤 '싱어롱'을 유도하며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꾸몄다.
공연 막바지, 박정현이 '이름을 잃은 별을 이어서'를 부를 땐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스마트폰 플래시를 비추며 실제 밤하늘의 별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가수가 미리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노래의 뜻에 공감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하나 둘 들기 시작한 반짝임이 1300여 관객석을 환하게 메웠다. 박정현은 노래가 끝난 뒤 연신 감사를 표하고 "좋은 선물을 받았다"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박정현 콘서트 `지금`이 10월 19~2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본부엔터테인먼트]
이날의 깜짝 게스트는 가수 권진아였다. 올해 데뷔 24년차인 박정현은 "데뷔 전에 선배님들의 배려로 이런 시간을 선물 받았다. 그때의 고마운 마음을 이어 가장 소개하고 싶은 후배 아티스트를 초대했다"고 권진아를 소개했다. 2013년 SBS 'K팝스타 3'에 출연한 후 데뷔한 권진아는 이날 무대에서 '운이 좋았지'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를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하필 박정현의 절정의 가창력이 돋보인 1부 마지막곡 '꿈에' 직후 무대에 오른 탓에 솔직한 부담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기도 했던 터. 그는 "저도 박정현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노래를 하는 사람이고 싶다. 제가 선배님 정도의 연차가 쌓인 가수가 됐을 때 제일 어려운 곡 뒤에 후배를 게스트로 세우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 "오랜만에 욕심 좀 냈죠" 광(狂)곡 메들리로 무대 휘어잡아
박정현은 '몽중인' '하비샴의 왈츠' '상사병' 등 3곡을 연달아 선보인 '광(狂)곡 메들리'에서도 보기 좋게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광곡이란 특유의 광기 어린 어린 절규와 강렬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박정현 곡에 붙은 별칭이다.
박정현 콘서트 '지금'이 10월 19~22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본부엔터테인먼트]
특히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과 전광판, 무대장치가 총동원된 듯 꾸며져 곡의 드라마를 극대화하고 관객의 전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박정현 스스로도 "오랜만에 보여드리는 무대라 욕심을 조금 부렸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보컬리스트와 밴드 모두 강렬한 사운드를 쏟아냈다.박정현은 이밖에도 '송포미(Song For Me)’, 앵콜곡 '더 매직 아이 원스 해드(The Magic I Once Had)' '피에스 아이러브유(P.S. I Love You)' 등을 부르는 등 150여분 동안 자신의 발표곡 총 21곡을 꽉꽉 눌러담아 마지막까지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 13일 개관 LG아트센터, 건축·음향·무대효과 등 즐거움 선사
이번 공연이 열린 LG아트센터는 지난 13일 서울 마곡지구에 개관한 신축 공간이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자연과의 조화, 노출 콘크리트 등의 특징이 반영됐다. 메인 공연장인 'LG 시그니 홀'은 콘서트는 물론 클래식,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여러 장르 공연이 가능하며, 전용 음향 환경도 갖췄다. 기존에 서울 역삼에 위치했던 LG아트센터보다 무대 면적을 2.5배 이상 키웠다.
LG아트센터 서울의 전경. [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날 박정현도 공연 말미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공간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볼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공연장을 극찬했다. LG아트센터는 개관 기념으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을 올렸고, 이후 이날치 신착 '물 밑', 마술사 이은결의 '더 일루션-마스터피스', 이자람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 등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