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력, 덕(德)이 있죠. 사람들을 가볍게 보지 않고, 뭔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놓치지 않는 성격이죠."
봉준호 감독의 연세대 선배인 배우 안내상이 최근 방영된 OCN 다큐멘터리 '봉준호, 장르가 되다'에서 들려준 말입니다.
그는 봉 감독이 대학 시절 찍은 단편 '백색인'(1994)으로 봉 감독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안내상은 손가락이 잘린 산재 노동자 역을 맡아 영화 속 TV 화면에 잠시 등장했습니다.
봉 감독과 함께 일해 본 배우들은 하나같이 그와 다시 일하고 싶어합니다. 따뜻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리더십 덕분입니다.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을 현장에서 통솔하는 감독으로선 '화가 날 법한 상황'에 많이 부닥칩니다. 이럴 때 '버럭'하며 현장을 얼어붙게 하는 감독도 많지만, 봉 감독은 그런 법이 없습니다.
'기생충'에서 부잣집 박 사장 역을 맡은 이선균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봉테일'이라고 부르는데, 얼마나 예민하실까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봉 감독은 전혀 반대였다. 화를 안 낸다. 진짜 그냥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서도 화를 안 낸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평소 하던 대로만 했던 것뿐인데…" 봉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배우들은 그를 '독특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안내상은 "똑똑한 아이였다. 어떻게 보면 정상이 아닌…"이라고 기억했습니다.
봉 감독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제작한 차승재 전 싸이더스 대표도 "독특한 친구다. 자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본인 만의 원칙이 있다. 세상은 그렇고 그런 거 아니냐, 이런 걸 용납을 안 한다"고 했다. 그는 '플란다스의 개' 흥행 참패로 큰 손해를 봤지만, 봉 감독이 작품 활동을 계속하도록 지원했고 결국 500만명 이상을 불러들인 '살인의 추억'(2003)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
봉 감독에 대한 인상은 국내외 영화인 할 것 없이 비슷합니다. '설국열차' '옥자'에 출연한 틸다 스윈턴은 '설국열차'를 찍을 때 일화를 한 방송사 다큐를 통해 들려줬습니다.
"제가 맡은 메이슨은 처음에는 그저 수트를 입은 온화한 인물이었는데, 미치광이 역할로 만들기 위해 봉 감독과 의기투합했어요. 봉 감독이 저를 보러 스코틀랜드에 방문했고, 제 아이들 변장 놀이 상자를 꺼내 같이 놀았죠. 그때 바보 같은 안경을 썼는데, 그 안경이 바로 영화 속에 썼던 안경이에요."
틸다 스윈턴은 '옥자' 출연 후 외신과 인터뷰에선 "봉 감독은 매우 정확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 완벽하게 실현된 풍경이 다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국열차'에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도 "봉 감독은 이미 머릿속에 설계된 스토리라인이 있고 그걸 편집까지 마쳐놨다. 마치 그는 집을 지을 때 '못 한 포대를 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못 53개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떠올렸습니다.
봉 감독의 정확성과 뛰어난 디테일은 그와 함께 작업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탄하는 대목입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 '괴물' 등에 출연한 배두나도 과거 MBC 다큐멘터리에서 "(봉감독은) 항상 핸드폰에 본인 아이디어를 적고 있다. 처음엔 저도 누구랑 저렇게 문자를 하나 했는데 계속 본인에게 문자를 보내더라. 그걸 영화에 디테일하게 다 넣는다"고 전했습니다.
영화 '마더'를 함께 찍은 배우 김혜자도 봉 감독에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나이로는 아들뻘이지만 아무리 어려도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천재적이고 정확하다. 지금껏 많은 감독과 작업하며 봐왔지만, 봉준호 감독은 머릿속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확실히 잡혀있고 우물쭈물하는 법이 없다. '봉테일'이라는 별명대로 빈틈없는 사람이다. 촉수가 이리저리 정확하게 뻗어있는 것 같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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