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아이돌 래퍼예요. (그런데) 너보다 랩 잘해 내가. 이런 얘기를 그냥 얼굴에 대놓고 해주고 싶거든요."
2015년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4에 나온 래퍼 주헌(24)은 자신이 아이돌 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참가자들을 이같이 도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속한 몬스타엑스는 북미 전역에서 각광받으며 '아이돌 래퍼'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매번 깨부수고 있다. 그날의 발언이 허세만은 아니었음을 힙합 본고장 미국에서 펼치는 무대로써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이 팀이 성료한 '징글볼(Jingle Ball) 투어'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미국 유명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라디오가 매년 미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쇼로, 한국 그룹이 참여한 건 처음이다. 몬스타엑스는 이 투어로 12만 북미 팬과 만났을 뿐만 아니라, '클로저(Closer)'로 전 세계를 강타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가수들의 꿈이었던 북미 음악 시장에서 국내에서보다도 더 큰 환영을 받고 있는 몬스타엑스를 S(강점)W(약점)A(기획사)G(목표)로 살펴봤다.
S(강점): 한 우물의 힘
몬스타엑스는 한 우물을 판다. 여러 장르의 혼용을 시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힙합을 내세워 강렬한 래핑과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컴백 때마다 변신을 시도하는 여타 아이돌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박수진 음악평론가는 "보통 남자 아이돌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남자로 이어지는 콘셉트 변화를 자주 차용한다"며 "반면 몬스타엑스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강렬한 트랩(808드럼머신을 사용하는 힙합의 한 장르), EDM, 파워풀한 댄스를 앞세워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전체 팀 색깔도 일관성 있게 가져간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이 팀이 과거 2PM처럼 '짐승돌' 포지션을 점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샤방샤방한 분위기는 내지 않는다"며 "몬스타엑스만큼 공격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가진 보이그룹은 현재 없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와 장르에서 보이는 '뚝심'은 대중음악산업의 중심지 미국에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몬스타엑스가 이번 징글볼 투어에서 펼친 퍼포먼스에 대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데일리 뉴스는 "세계적인 남성그룹 몬스타엑스는 메인스테이지에서 처음으로 K팝 공연을 하는 것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몬스타엑스가 폭발적인 칼군무를 실행했을 때 최신 싱글 '슛 아웃'의 공연은 우레와 같은 흥분과 맞닥뜨렸다"고 호평했다.
W(약점): 한 우물의 맹점
몬스타엑스는 올해 북미를 포함한 세계 투어로 10만명가량의 관객을 운집시켰다. 이 정도 모객 능력을 가진 보이그룹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지만, 몬스타엑스의 국내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디지털 음원 감상 플랫폼 지니뮤직에 몬스타엑스의 대표곡 9곡의 실시간 차트 순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들 노래의 실시간 최고 순위는 34~115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전문가는 이를 '한 우물 파기의 역설'로 봤다. 힙합에 천착하는 전략이 색깔을 분명히 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대중성 확보라는 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외국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가 멋있게 다가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는 아직 낯선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미지 소모가 빨리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수진 평론가는 "몬스타엑스의 특정 곡이 좋다고 느껴서 다른 음악을 찾아듣게 되면 그리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며 "한 장르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곡의 다양성이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A(기획사): 안타는 치는데 홈런이 없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가수 고유 이미지 부각에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회사 선배 씨스타는 건강한 느낌을 추구하는 걸그룹으로서 독보적이었고, 케이윌은 기계로 뽑아낸 듯한 고음, 몬스타엑스 동생그룹 우주소녀는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타를 만들어내는 데는 노하우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 입장에서는 꾸준히 안타를 치는 선수보다는 주요 매치에서 홈런을 한 번 쳐주는 타자가 기억에 남는 법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아직 낮은 만큼, 내수와 해외 진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전략과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의 발굴과 계약을 담당하는 팀)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목표): 국내와 해외 공략의 균형
몬스타엑스의 국내외 인기 차이는 애초 해외에 초점을 맞춘 기획에 기인한다. 즉, 국내와 해외를 동시 공략하면서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는 대신 북미 K팝 팬층 사이에서 수요가 있는 강렬한 힙합 사운드로 무장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박수진 평론가는 "앨범을 들어보면 조금 더 유하고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파워풀하면서도 칼군무를 선보일 수 있는 곡을 타이틀로 뺐다"고 했다.
다만 한국 시장을 좀 더 공략할 필요를 느낀다면, 보다 대중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데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K팝 그룹은 '복근만 없는 근육맨'처럼 분명 아쉬운 지점이 존재한다. 황선업 평론가는 "너무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면 몬스타엑스만의 색깔이 옅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강한 음악을 추구하면서 좀 더 멜로디컬한 선율을 넣는다든지 감성적인 가사를 넣는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멤버 아이엠(I.M)은 "몬스타엑스 음악의 기초는 R&B와 EDM, 힙합이다. 이 장르는 사람들을 쉽게 신나게 만든다"며 "다음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5년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4에 나온 래퍼 주헌(24)은 자신이 아이돌 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참가자들을 이같이 도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속한 몬스타엑스는 북미 전역에서 각광받으며 '아이돌 래퍼'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매번 깨부수고 있다. 그날의 발언이 허세만은 아니었음을 힙합 본고장 미국에서 펼치는 무대로써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쇼 미 더 머니` 시즌4에 참가한 주헌은 아이돌 래퍼에 대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사진 제공=CJ ENM
이달 이 팀이 성료한 '징글볼(Jingle Ball) 투어'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미국 유명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라디오가 매년 미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쇼로, 한국 그룹이 참여한 건 처음이다. 몬스타엑스는 이 투어로 12만 북미 팬과 만났을 뿐만 아니라, '클로저(Closer)'로 전 세계를 강타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가수들의 꿈이었던 북미 음악 시장에서 국내에서보다도 더 큰 환영을 받고 있는 몬스타엑스를 S(강점)W(약점)A(기획사)G(목표)로 살펴봤다.
S(강점): 한 우물의 힘
몬스타엑스는 한 우물을 판다. 여러 장르의 혼용을 시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힙합을 내세워 강렬한 래핑과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컴백 때마다 변신을 시도하는 여타 아이돌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박수진 음악평론가는 "보통 남자 아이돌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남자로 이어지는 콘셉트 변화를 자주 차용한다"며 "반면 몬스타엑스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강렬한 트랩(808드럼머신을 사용하는 힙합의 한 장르), EDM, 파워풀한 댄스를 앞세워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전체 팀 색깔도 일관성 있게 가져간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이 팀이 과거 2PM처럼 '짐승돌' 포지션을 점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샤방샤방한 분위기는 내지 않는다"며 "몬스타엑스만큼 공격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가진 보이그룹은 현재 없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와 장르에서 보이는 '뚝심'은 대중음악산업의 중심지 미국에서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몬스타엑스가 이번 징글볼 투어에서 펼친 퍼포먼스에 대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데일리 뉴스는 "세계적인 남성그룹 몬스타엑스는 메인스테이지에서 처음으로 K팝 공연을 하는 것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몬스타엑스가 폭발적인 칼군무를 실행했을 때 최신 싱글 '슛 아웃'의 공연은 우레와 같은 흥분과 맞닥뜨렸다"고 호평했다.
몬스타엑스는 이번 징글볼 투어에서 세계적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W(약점): 한 우물의 맹점
몬스타엑스는 올해 북미를 포함한 세계 투어로 10만명가량의 관객을 운집시켰다. 이 정도 모객 능력을 가진 보이그룹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지만, 몬스타엑스의 국내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디지털 음원 감상 플랫폼 지니뮤직에 몬스타엑스의 대표곡 9곡의 실시간 차트 순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들 노래의 실시간 최고 순위는 34~115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전문가는 이를 '한 우물 파기의 역설'로 봤다. 힙합에 천착하는 전략이 색깔을 분명히 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대중성 확보라는 면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외국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가 멋있게 다가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는 아직 낯선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미지 소모가 빨리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수진 평론가는 "몬스타엑스의 특정 곡이 좋다고 느껴서 다른 음악을 찾아듣게 되면 그리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며 "한 장르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곡의 다양성이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A(기획사): 안타는 치는데 홈런이 없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가수 고유 이미지 부각에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회사 선배 씨스타는 건강한 느낌을 추구하는 걸그룹으로서 독보적이었고, 케이윌은 기계로 뽑아낸 듯한 고음, 몬스타엑스 동생그룹 우주소녀는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타를 만들어내는 데는 노하우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 입장에서는 꾸준히 안타를 치는 선수보다는 주요 매치에서 홈런을 한 번 쳐주는 타자가 기억에 남는 법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아직 낮은 만큼, 내수와 해외 진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전략과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의 발굴과 계약을 담당하는 팀)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목표): 국내와 해외 공략의 균형
몬스타엑스의 국내외 인기 차이는 애초 해외에 초점을 맞춘 기획에 기인한다. 즉, 국내와 해외를 동시 공략하면서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는 대신 북미 K팝 팬층 사이에서 수요가 있는 강렬한 힙합 사운드로 무장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박수진 평론가는 "앨범을 들어보면 조금 더 유하고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곡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파워풀하면서도 칼군무를 선보일 수 있는 곡을 타이틀로 뺐다"고 했다.
다만 한국 시장을 좀 더 공략할 필요를 느낀다면, 보다 대중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데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K팝 그룹은 '복근만 없는 근육맨'처럼 분명 아쉬운 지점이 존재한다. 황선업 평론가는 "너무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면 몬스타엑스만의 색깔이 옅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강한 음악을 추구하면서 좀 더 멜로디컬한 선율을 넣는다든지 감성적인 가사를 넣는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멤버 아이엠(I.M)은 "몬스타엑스 음악의 기초는 R&B와 EDM, 힙합이다. 이 장르는 사람들을 쉽게 신나게 만든다"며 "다음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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