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봄여름가을겨울' 밴드가 어제(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올댓재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암 투병 중인 전태관(56) 대신 취재진 앞에 김종진(56)은 홀로 섰습니다.
전태관 근황을 묻자 김종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둘이 음악을 시작할 때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대중 앞에서 결코 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가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에 추하다는 단어가 적절치 않지만, 전태관 씨는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6년 전 신장암이 시작됐고 2년 전 어깨뼈로 전이됐습니다. 이후 암이 뇌, 두피, 척추뼈, 골반으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암세포와 잘 싸워서 한 번도 지지 않고 100전 100승 했습니다. 한 달 전, 인공관절로 바꾼 어깨뼈 옆에 암이 전이돼 다시 수술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허락하지 않아서) 결국 하지 못했어요. 주변에 암 환자가 있는 분이라면 그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황인지 아시겠지요. 그때 이후로 아직 퇴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마지막 정규앨범은 2008년 발매한 8집인데 30주년을 기념해 정규앨범을 만들고 싶었지만 전태관의 건강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아픈 그를 대신해 봄여름가을겨울과 동료 뮤지션들은 30주년 기념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제작했습니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가 지휘봉을 잡고 혁오, 어반자카파, 윤도현, 데이식스, 십센치, 대니정, 이루마, 장기하, 윤종신, 스윗소로우 등 뮤지션과 배우 황정민이 참여해 봄여름가을겨울 1집부터 8집까지 수록곡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앨범에는 캠페인송 '땡큐송'(Thank you song)과 후배들이 재해석한 9곡까지 총 10곡이 수록됐습니다. 어제(19일)부터 싱글 형태로 한 곡씩 공개하며, 실물 형태 앨범은 12월 중순 발매 예정입니다. 수익금은 전태관에게 전달됩니다.
간담회를 매듭지을 무렵, 김종진에게 전태관은 어떤 친구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전태관은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앞에서 바보가 되지 못했어요. 같이 사업도 했고 최고의 음악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들이었고, 친구끼리도 경쟁하거든요. 하지만 4년여 함께 연주하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바보같은 친구'를 실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엄청 배우기도 합니다. 이 친구가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이라 회사 경영과 회계를 담당했는데 제가 이어받았거든요. 선생님, 아버지 같은 느낌도 들어요."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서는 날이라 노래를 준비했다는 김종진은 반주 없이 마이크를 잡고 '외로운 사람들'을 조용히 선사했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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