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면서도 불같이 가슴을 찌르는 연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에게 보낸 극찬이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마시모 자네티(56)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상임지휘자를 맡는다. 1997년 창단 된 경기필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지휘자다.
마시모 자네티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오퍼, 드레스덴 젬퍼오퍼 등 세계 최정상 악단들과 오텔로,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등 수 많은 오페라들을 선보이며 유럽 무대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 경력 역시 화려하다. 체코 필하모니, 바이마르 슈타츠 카펠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슈튜트가르트 라디오심포니, 함부르크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NHK 심포니, 중국 필하모니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왔다.
그런 자네티가 대한민국의 경기필의 상임지휘자 역을 맡기로 한 건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재작년과 작년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경기필 무대가 그에게 확신을 줬다."제가 경기필을 주저 없이 지휘하기로 결심하게 된 건 무티가 선택한 악단이란 사실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인 무티는 같이 일할 파트너를 고를 때 아주 까다롭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지휘 했다는 건 경기필이 아주 특별한 악단이란 뜻이지요."
실제로 만나 본 경기필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주 츠베덴의 두 번의 지휘를 통해 경기필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경기필은 아주 젊은 오케스트라지만 짧은 기간에 엄청난 음악적 영감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테크닉 적으로 매우 훌륭한 악단입니다." 자네티는 특히 경기필 단원들의 보잉(현악기의 활긋기)을 콕 집어 칭찬했다. "같은 모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숙련된 활들을 보니 앞으로 경기필과의 음악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또 츠베덴이 지휘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에서는 클라리넷 솔로가 매우 훌륭했지요."
마시모 자네티는 9월부터 2년간 경기필과 함께하게 된다. 연간 10회 지휘봉을 잡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자네티는 "계약된 지휘 횟수보다 더 많은 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이 고전인지, 후기 낭만인지, 현대 음악인지를 함께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또 오페라 지휘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그는 "가능하다면 콘서트 오페라도 가능하다면 경기필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파격적인 지휘자 선임 배경에 대해 경기도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은 "얼마 전 츠베덴이 공연을 끝마치고 만족스러워하면서도 해외에서 서울시향은 알지만 경기필은 모른다고, 서울시향이 알려진 건 정명훈 감독 덕분이라고 말했다"며 "경기필이 세계적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감각과 실력을 갖춘 뛰어난 지휘자가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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