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집으로 '토끼'고 싶은 사람 여기 모여라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추운 겨울날 강남역 한복판, 사람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이처럼 건물 밖에서부터 줄을 서 있을까? 심지어 건물 내부로 들어서도 줄이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지하철 역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꾸역꾸역'이라는 역 이름부터 '지옥에 당도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Hell of Metro'라는 문구까지, 결코 평범한 공간은 아니다. 이렇게 심상치 않은 문구와 사진들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이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일에 찌든 직장인들의 공감을 절로 자아내는 그 곳.
바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이다. 본 전시회는 말 그대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처럼 다수의 직장인과 학생들의 공감을 살만한 글과 사진들을 통해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티끌모아 티끌 -적금통장-' '티끌모아 태산 -카드 할부금-'과 같이 관람객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표현들이 사방팔방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방금 전 지하철 역 이름이 왜 '꾸역꾸역'이며 지하철을 '출근지옥'이라 표현했는지 이해가 된다. 본 공간은 출퇴근 또는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는 지하철을 유쾌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전시회는 '출근길에선 세.젤.예(세상 제일 예민 보스)' '저도 내려요' '이게 퇴근길이었으면' '앉아서 딱 10분만 자고 싶다' 등 지하철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하는 표현들을 말풍선 형식으로 곳곳에 배치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건물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바닥, 벽 모퉁이 등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이처럼 귀여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문구들은 동물을 이용해 부정적인 상태 메시지를 센스 있게 풀어냈다. '집으로 (토끼)고 싶다' '안녕하세요 일(개미)입니다' '오늘 기분 (개구리)네' 등을 귀엽게 표현해 사람들의 카메라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최근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엄마카드, 아빠카드를 희화화한 '사랑해요 엄마. 조금 더…사랑해요 엄카'와 '돈 많이 벌고 싶은게 아니야.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좀만 더 벌고 이바닥 뜬다!'처럼 직장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문구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한 '못쓰는 MOS, 토나오는 토익'처럼 취업을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을 비꼬는 문구도 눈에 띈다.
알파벳을 통해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모아놓은 그림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1일 1커피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밥 먹은 뒤 무조건 찾는 C(Coffee)부터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리는 F(Friday)·W(Weekend)까지. 그 외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B(Bouns) 등 다양한 예를 통해 관람객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 낸다. 실제로 전시장 곳곳에서는 "와 대박. 내가 좋아하는 단어 천지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생활 속 유용한 일본어' 작품은 '케시끼(けしき, 경치)' '시바루(しばる, 묶다)' '꼬죠(こじょう, 옛 성)'와 같이 한국어로는 비속어처럼 들리는 단어를 일본어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될 지는 의문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이 단어를 말하면서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다.
흔히 돈 많은 백수가 되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은 '로또 1등'을 떠올린다. 본 전시회도 이를 모를리 없다. 전국 지도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1등 당첨이 많이 됐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서울 내 로또 1등 최다 판매소를 소개한 뒤 찾아가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최다 배출지 앞에서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풍경이 펼쳐진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은 출구를 빠져 나갈 때까지 결코 관람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잘부탁해, 이천십팔년'은 마치 '새해가 되면 나이를 먹기 때문에 새해를 달가워하지 않는 마음'과 '어차피 세월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더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한편, 본 전시회 사진과 후기는 SNS와 입 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시회를 보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건물 외부서부터 전시회가 열리는 3층 계단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전시회 내부서도 인기 있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위와 같이 대기하기도 한다. 이에 한 관계자는 "평일·주말 모두 오픈 시간에 맞춰 오신다면 여유롭게 관람을 즐기실 수 있다"고 전했다.
대중들이 본 전시회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돈 많은 백수'라는 단어 자체가 상상만 해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며 "사람들은 자기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상상만 해도 본인을 기쁘게 하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전시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은 서울 강남 역삼동 강남미술관에서 오는 1월 28일까지 열린다. 월요일~금요일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이며 주말과 공휴일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MBN뉴스센터 김민석]
추운 겨울날 강남역 한복판, 사람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이처럼 건물 밖에서부터 줄을 서 있을까? 심지어 건물 내부로 들어서도 줄이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사진= MBN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지하철 역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꾸역꾸역'이라는 역 이름부터 '지옥에 당도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Hell of Metro'라는 문구까지, 결코 평범한 공간은 아니다. 이렇게 심상치 않은 문구와 사진들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이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일에 찌든 직장인들의 공감을 절로 자아내는 그 곳.
사진= 돈백전사무국
바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이다. 본 전시회는 말 그대로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처럼 다수의 직장인과 학생들의 공감을 살만한 글과 사진들을 통해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티끌모아 티끌 -적금통장-' '티끌모아 태산 -카드 할부금-'과 같이 관람객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표현들이 사방팔방에 존재한다.
사진= MBN
그렇다면 방금 전 지하철 역 이름이 왜 '꾸역꾸역'이며 지하철을 '출근지옥'이라 표현했는지 이해가 된다. 본 공간은 출퇴근 또는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는 지하철을 유쾌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전시회는 '출근길에선 세.젤.예(세상 제일 예민 보스)' '저도 내려요' '이게 퇴근길이었으면' '앉아서 딱 10분만 자고 싶다' 등 지하철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하는 표현들을 말풍선 형식으로 곳곳에 배치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진= MBN
건물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바닥, 벽 모퉁이 등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이처럼 귀여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문구들은 동물을 이용해 부정적인 상태 메시지를 센스 있게 풀어냈다. '집으로 (토끼)고 싶다' '안녕하세요 일(개미)입니다' '오늘 기분 (개구리)네' 등을 귀엽게 표현해 사람들의 카메라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사진= MBN
최근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엄마카드, 아빠카드를 희화화한 '사랑해요 엄마. 조금 더…사랑해요 엄카'와 '돈 많이 벌고 싶은게 아니야.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 '좀만 더 벌고 이바닥 뜬다!'처럼 직장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문구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한 '못쓰는 MOS, 토나오는 토익'처럼 취업을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을 비꼬는 문구도 눈에 띈다.
사진= MBN
알파벳을 통해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모아놓은 그림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1일 1커피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밥 먹은 뒤 무조건 찾는 C(Coffee)부터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리는 F(Friday)·W(Weekend)까지. 그 외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B(Bouns) 등 다양한 예를 통해 관람객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 낸다. 실제로 전시장 곳곳에서는 "와 대박. 내가 좋아하는 단어 천지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생활 속 유용한 일본어' 작품은 '케시끼(けしき, 경치)' '시바루(しばる, 묶다)' '꼬죠(こじょう, 옛 성)'와 같이 한국어로는 비속어처럼 들리는 단어를 일본어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될 지는 의문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이 단어를 말하면서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다.
사진= MBN
흔히 돈 많은 백수가 되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은 '로또 1등'을 떠올린다. 본 전시회도 이를 모를리 없다. 전국 지도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1등 당첨이 많이 됐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서울 내 로또 1등 최다 판매소를 소개한 뒤 찾아가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최다 배출지 앞에서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MBN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은 출구를 빠져 나갈 때까지 결코 관람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잘부탁해, 이천십팔년'은 마치 '새해가 되면 나이를 먹기 때문에 새해를 달가워하지 않는 마음'과 '어차피 세월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더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한편, 본 전시회 사진과 후기는 SNS와 입 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시회를 보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건물 외부서부터 전시회가 열리는 3층 계단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전시회 내부서도 인기 있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위와 같이 대기하기도 한다. 이에 한 관계자는 "평일·주말 모두 오픈 시간에 맞춰 오신다면 여유롭게 관람을 즐기실 수 있다"고 전했다.
대중들이 본 전시회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돈 많은 백수'라는 단어 자체가 상상만 해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며 "사람들은 자기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상상만 해도 본인을 기쁘게 하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전시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展은 서울 강남 역삼동 강남미술관에서 오는 1월 28일까지 열린다. 월요일~금요일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이며 주말과 공휴일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MBN뉴스센터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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