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관에서는 무슨 소위 대활극을 하는지 서양 음악대의 소요한 소리가 들리고 청년회관 이층에서는 알굴리기를 하는지 쾌활하게 왔다갔다하는 청년들의 그림자가 얼른얼른한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1917)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서 언급된 대활극은 할리우드 영화 'The Broken Coin'. 미스터리와 어드벤쳐를 결합시킨 장르물로, 일제강점기 식민지 일상에 지친 조선인들 사이에 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고 송완식 작가에 의해 '명금'(1921)이라는 소설로도 만들어졌는 것. 이 작품은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모으며, 발간 5년 만인 1926년 3판을 찍는 데 이른다.
송 작가가 소설화한 '명금'이 국내 최초 공개되는 것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 베스트셀러 소설 80여년을 조망할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오는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여는 '소설에 울고 웃다' 특별전에서다. 주목할 건, 옛 작가들의 친필 원고 공개 등에 머물던 문학 전시의 틀을 벗어나 당대의 작가들이 쓰던 각종 물품까지 한꺼번에 공개한다는 것.
전시 작품은 '월남망국사' '금수회의록' 등 근대계몽기 작품부터 '장한몽' '순애보' '자유부인' '청춘극장' '인간시장' 등 근현대 80여년 작품 24편이다. 작가들이 집필 당시 쓰던 펜과 안경 등 비도서 자료 80여점도 공개된다. 소설 '무정'의 일제강점기 마지막 판본인 8판(1938), 춘원이 글을 쓸 때 책상에 뒀던 청동불상,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취재시 쓰던 녹음기와 국어사전, 박경리 소설가가 농사지을 당시 쓰던 호미 등도 처음 공개된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은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결국 해당 시대의 산물인 만큼 작품이 탄생된 현실까지 제시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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