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의 정수로 불리는 오페라는 만드는 비용 역시 상당하다. 2천여 석 극장에서 올려지는 오페라는 제작비만 기본 6~7억 원이 든다. 국내에서는 오페라 팬층이 얇은 만큼 객석을 유료 티켓만으로 가득 채우기란 어렵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도 거대한 무대 장치들을 보관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별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만 매달 수백만 원이 들어 많은 오페라단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파괴해 버린다.
소극장 오페라가 각광을 받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객석 200~600여 석의 중소규모 극장에서 공연되는 소극장 오페라들은 '가성비'가 좋다. 객석과 출연진의 수가 적고 무대 장치도 간소화되어 부담을 줄였다. 통상 막대한 비용 탓에 2~3일밖에 공연을 올리지 않는 대극장 오페라와 달리,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한 달 가까이 장기 상연을 해도 총 제작비는 3분의 1 수준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성악가들의 표정과 소리를 생생히 접할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다.
9월 한 달 간 서울 곳곳에서 소극장 오페라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오는 8일부터 30일까지 성북동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에서 상연되는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의 '돈 파스콸레'와 '불량심청', 또 내일 개막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광진 나루아트센터에서 4번에 걸쳐 열리는 '제18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돈 파스콸레'(9월8~16일)와 '불량심청'(9월22~30일)은 국내 오페라계에서 극히 드물게 시도되는 장기 상연이다. 가격은 전석 3만원. 오페라단 관계자는 "작품 규모는 작아도 매 공연마다 유료 객석 점유율 90%에 이를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장기 상연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극장 오페라는 가성비도 좋지만 오페라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목적에 부합한다"며 "기존 오페라 마니아들은 알아서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의 대극장 오페라를 찾지만 소극장 오페라는 오페라에 관심이 없던 일반 관객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부담없이 와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극장 오페라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창작 오페라 산실로도 기능한다. 라벨라오페라단의 '불량심청'은 2015년 초연된 최현석 작곡가의 작품으로, '심청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오페라다.
1999년 출범 후 올해 18회째를 맞이한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는 세종오페라단, 강원해오름오페라단, 김선국제오페라단, 라벨라오페라단 등이 참여한다. 상연되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9월8~10일),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9월15~17일),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9월22~24일). 티켓은 3~7만원 사이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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