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낯선 이방인이라고 늘 생각했다. 먼 우주의 어떤 별에서 온 사자라고 생각했다."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의 대표 앵커인 앤더슨 쿠퍼와 그의 어머니인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1년 남짓 주고받은 편지들을 소개한 책이다. 쿠퍼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인물이고, 밴더빌트는 미국의 철도왕인 코닐리어스 밴더빌트의 5대손으로 대부호이자 사교계의 여왕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남편과 자식의 죽음을 겪은 비련의 여인이기도 했다.
범상치 않은 운명을 타고난 어머니와 그런 명성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아들은 서로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91번째 생일을 맞아 죽음을 앞둔 밴더빌트는 아들에게 인생, 명성, 돈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아들은 어머니의 솔직한 경험이 담긴 편지로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그녀를 더욱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
지난 4월 출간 이래 한 달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주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갓 스무 살이 된 '코피노' 주인공이 사랑과 가족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출판사 창비의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이다.
부인과 자녀를 버린 한국인 아버지, 그에게 애증의 감정을 갖는 자녀. 이런 전형적인 스토리는 아니다. 한국인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삼겹살 가게를 하다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는 재혼해 일본에서 살고 있다. 주인공은 소매치기와 불법 영상 업로드 등 불법으로 생계를 잇지만, 코피노기 때문은 아니다. 주인공은 일본에서 재혼해 사는 어머니를 찾아가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새로운 커플이 되어 필리핀으로 돌아온다.
주인공의 눈으로 본 한국 관광객의 모습, 마닐라로 상경한 젊은 여성의 입을 빌린 필리핀 도농격차는 미끼. 무대를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로 옮겨서는 필리핀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실상을 3자대면 시킨다. 국경과 인종 구분없이 뒤엉켜 그렇게 사는 아시아의 일상이 대비된다. 이음새가 없는 듯한 구성이 특징인데 심사위원들은 "'코피노'의 삶을 다루지만, 이 소재에 따르는 통상적 기대치를 가뿐히 지나친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1963년생인 작가 금태현은 울산에 살면서 10년 넘게 소설을 썼고 10편 정도의 장편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곧 죽을 꺼야"
간암으로 네 아이를 두고 37세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엄마의 에세이.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저자는 가정에 관심 없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이 같이 자라도록 한 부부에게 양육을 부탁한다.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내야 하는 행정 규정에 맞서 싸운 사연이 알려지며 청원이 이어지는데….
서른여섯 살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둔 마리-로르 피카의 실제 이야기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간암 판정을 받고 치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 육아와 집안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트럭 운전사인 남편에게 두 살, 다섯 살, 여덟 살, 열한 살 된 네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같은 마을에 살던 한 부부에게 아이들의 양육을 부탁하기 위한 힘겨운 행정절차를 밟는다.
시한부의 삶 앞에서 좌절하기에는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삶은 프랑스 독자들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고시조를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시조시인이자 문학가인 임형선 씨가 펴낸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당대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정치, 경제, 사회의 제 모습이 담겨 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조를 만나게 되고 시조가 지어진 배경을 알면 현대의 우리가 옛 사람의 개인적 심상까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저자는 고시조를'사랑', '정치',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세 가지 테마로 분류·선별하여 수록하고 각 시조에 얽힌 사연과 배경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시조를 만나게 되고 작자의 개인적 심상까지 느껴볼 수 있다. 또 시조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어구를 통째로 외울 필요도, 밑줄을 그어가며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저자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고시조가 쉽게 다가온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2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97.6%가 직장에서 상사나 후배의 눈치를 살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일이고 오히려 하기 싫은 일도 꾹 참고 해내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일본의 심리 상담가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에서 현대인들이 일과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참고 애쓰는 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19년간 대기업에서 일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가치는 매겨지는 게 아니라 정하는 것이다', '책임감이라는 덫에서 벗어나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당연하다', '규칙을 어겨야 문제가 해결된다' 등 행복한 인생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습관에서 벗어나는 방법부터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사는 방법까지, 하기 싫은 일을 멈추고 즐거운 인생을 만드는 방법과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적 컨설팅 그룹 맥킨지 앤드 컴퍼니의 경제연구조직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가 25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25년간 지속하였던 대안정기의 시대가 끝나고 4가지 메가 트렌드가 세상을 새롭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첫째, 경제활동과 경제 역동성의 중심지가 신흥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속화 되고, 범위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
셋째, 세계 인구는 점점 더 고령화되고 있다.
넷째,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고 있다.
4가지 트렌드는 변화의 속도, 놀라움, 그리고 세계 시장의 갑작스러운 방향 변화로 기존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기회와 불안이 가득한 시대에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며 트렌드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래의 속도'는 기업의 경영자, 금융 분야 종사자,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자산을 늘리고 싶은 개인이 일어볼 만한 책이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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